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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30주년…중국을 다시 보다 <3> 중국식 사회주의 언제·어디까지

극단적 통제와 극단적 자본주의 공존…中 체제 안정의 역설

  • 조광수 전 영산대 중국학과 교수
  •  |   입력 : 2022-09-20 19:14:22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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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에 달한 자본주의 모순과
- 정치·사회 통제하는 국가권력
- 현 중국에 이 두 요소 완벽 공존

- 일자리 찾아 도시行 2억 농민공
- 경제성장으로 두꺼워진 중산층
- 기업 성공으로 탄생한 슈퍼리치
- 공산당 1당이 모든 계급 대변

- 이해 맞는 부유층-국가권력
- 질서붕괴를 효과적으로 방어
- 국민적 애국주의 열풍도 한몫

현대 중국은 늘 역동성과 불안정성이 혼재돼 왔다. 개혁과 개방을 시행한 이래 지금까지는 더더욱 그렇다. 그 중심엔 집권당인 공산당이 있다. 집권 73년째다. 장기 집권의 동력이 무엇일까. 유능함과 비전 그리고 통제와 공포다. 바로 개발독재의 명과 암이다.
중국 경제 중심 도시 상하이의 푸동 지구 전경. 중국은 공산당의 권력독점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특색 사회의주를 바탕으로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공산당, 말 만들기 고수

중국의 집권당은 말 만들기의 고수다. 기왕에도 선전과 선동에 능하지만 한자란 뜻글자 문자도 조어(造語) 작업에 한몫 더한다. 이를테면 6·25 한국전쟁을 중국에선 항미원조(抗美援朝)의 의거라고 포장한다. 6·25라고 하면 그냥 전쟁 개시 날짜일 뿐이고, 한국전쟁이라 하면 남침 여부가 드러나지 않는 중립적 표현일 따름이다. 하지만 항미원조라고 하면 미국에 대항해서 조선 즉 북한을 도왔다는 뜻이니 용어 자체에 전쟁의 성격이 분명히 내포돼 있다.

흑묘백묘론이란 용어가 있다. 쥐만 잘 잡으면 고양이 털 색깔이 검든 희든 무슨 상관이냐는 뜻이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지휘하면서 인용한 고향 쓰촨의 속담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든 자본주의 시장경제든 인민의 생활을 풍요롭게 할 수만 있다면 어떤 정책도 다 가능하다는 실용주의적 태도의 표현이다. 중국 공산당의 조어는 이렇듯 함축적이고 때론 현란하다.

■정치사회적 안정 위에 경제성장

코로나19가 창궐하자 당국이 상하이시를 전면 봉쇄한 모습.
같은 맥락으로 중국의 체제를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표현도 사용하고 한때는 사회주의 초급 단계론이란 용어도 썼다. 공통점은 다들 과도기적이고 요령부득이란 사실이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란 정치사회적 안정 기조 위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다. 정치적으론 당이 영도하는 ‘이당영정(以黨領政)’으로 일사불란하고 질서 있는 시스템을 견지한다. 다원적이고 개방적인 정당 제도를 시행하지 않으며 무한정의 언론 자유와 시민사회 활동도 허용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경제만큼은 시장경쟁 체제를 수용해 생산성을 높인다. 경제 영역에 상당한 자유를 주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자유와 경쟁이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 성장이 당의 권력 독점을 위협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할 따름이다. 그래서 사회주의 시장경제인 것이다. 자유화가 경제발전의 비결임은 중국의 개혁개방 이전에 이미 증명된 역사적 사실이다.

사회주의 초급 단계론은 마르크스의 용어다. 마르크스는 사회주의가 최종 목표인 공산사회로 가는 과정에 자본주의가 극성으로 발달하고 그 결과 온갖 모순이 폭발하는 대목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은 바로 그 사회주의 초급 단계에 위치해 있어서 상당 기간 자본주의적 발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은 그 기간이 100년은 소요된다고 했었다. 정체성이 모호한 요령부득의 상황을 좀 근사하게 포장하려 내세운 이론적 근거이나, 표현을 아무리 우아하게 해도 결국 중국식 개발독재와 다름 없다.

■2억 농민공과 2억 중산층 공존

공산당은 농민과 노동자의 정당이다. 농민을 기반으로 건국한 중화인민공화국이 농민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지 오래다. 당 1호 문건이 2004년 이후 19년째 삼농(三農)이다. 삼농이란 농민과 농업 그리고 농촌이다. 농민 문제가 단순히 농민만이 아닌 농업 나아가서는 농촌 문제라는 심각성과 엄중함의 표현이다. 2억 명이 넘는 농민공이 엄존하는 현실이다. 농민공은 농촌에서 농업으로 생계를 꾸릴 수 없어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다니는 농민 출신 노동자를 말한다. 중국 역사에 끊임없이 나타났던 유민(流民)의 현대판이다. 어느 나라나 산업화 초기엔 ‘무작정 상경’ 러시가 있게 마련이지만 중국처럼 규모가 크고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문제는 삼농 문제도 제대로 처리 못하는 대목에서 경제 성장의 결과 새롭게 등장한 계급의 이해까지 챙겨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중국식 중상주의의 결과 부유한 자본가와 성공한 기업가 등이 대거 생겨났다. 중산층도 상당히 두꺼워졌다. 개혁개방을 주도한 공산당의 유능함과 통찰력 덕분에 성과가 화려하기 그지없다.

우선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커졌다. 40여 년 동안 연평균 9%씩 증가해 17조 달러 수준에 이르렀다. 글로벌 비중 18%, 미국의 70%다. 30년 전 한중 수교 때만 해도 우리와 GDP 규모가 비슷했었는데 이제 10배 차이가 난다. 14억5000만 인구 중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적어도 2억 명의 중산층이 형성되었다. 10억 달러 이상 보유한 슈퍼 리치 수는 미국보다 많다. ‘후룬 리포트 2021’에 의하면 개인 자산 1조 원 이상의 자본가 3228명 중 중국이 1058명, 미국이 696명이다. 그 부유층과 중산층이 세계 명품 시장의 30%를 소비하고 미국의 1.5배 자동차를 구매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들 새로운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결성되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다원적이고 개방적인 정치체제를 허용할 뜻이 없는 공산당은 당의 문호를 넓혀 부유한 계층의 이익까지 대변하기로 했다. 세상에 자본가의 이익도 대변하고 노동자의 이익도 대변하는 정당이 가능할까. 이를테면 한국의 경우, 정의당이 민노총의 주장도 대변하고 재벌 기업의 주장도 대변하겠다면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집권당인 국민의 힘이 전경련도 편들고 전교조도 편들겠다고 하면 유권자가 손뼉치고 당세가 확장될까. 중국 공산당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집권당의 유능함 탓이다.

■개발독재 그림자, 격차·불평등 심화

하지만 성과 이면의 어둠도 엄청나다. 덩치가 커지면 그림자도 커지기 마련. 무엇보다 격차 문제가 엄중하다. 사회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로 지니계수가 있다.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로 갈수록 불평등한데 중국은 0.467이다. 한국은 0.34, 미국은 0.3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0.33이다. 0.4가 넘으면 심각한 상황이고, 0.45가 넘으면 폭동 직전으로 간주한다. 사회주의 중국이 자유주의 한국과 미국보다 불평등이 심하다면 그건 정체성의 치명적인 위기다.

중국 체제에 더 큰 딜레마가 있다. 놀라운 경제적 성과 탓에 이제 정치가 짐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 최초의 전문 경영인이었던 제너럴 모터스의 알프레드 슬론의 말이다. “독재자가 다스리는 기업은 성공하기 어렵다. 독재자가 모든 문제의 해답을 알고 있다면 독재 제도가 가장 효율적인 방식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독재자는 지금껏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기업 운영도 그렇다면 국가 운영은 더 하다. 중진국 중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하려면 사회의 바닥에 더 많은 자유가 물처럼 흘러야 한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경직된 정치의 폐해와 독재의 한계가 선명하다.

무리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보듯 중국은 강력하게 주민을 통제한다. 만리장성 방화벽으로 국민의 디지털 생활을 감시하고 규제한다. 언론과 시민사회의 견제 없이 데이터를 마구 수집해 테크노 독재가 일상화돼 있다. 그럼에도 정치사회적 안정 기조가 유지된다. 묘하다.

공산당이나 그 덕분에 부유하게 된 계층 모두 ‘판’이 깨지는 건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Order Complex’다. 질서가 무너지는 걸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이다. 게다가 애국주의 바람이 뜨겁다. 정치적 자유가 국제적 위상이나 국가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보다 더 시급하다고 말하는 중국인은 많지 않다. 공산당이나 인민 모두 중국이 되살아나기를 원할 뿐이다. 부유해진 중국이 자연스레 자유화와 민주화로 이행할 것이란 전망은 아직은 아니다. 중국이 걷고 있는 ‘길고 험한 길(Long and Winding Road)’ 옆에서 우리는 한국과 중국의 지향과 노선이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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