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재정이 악순환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지방세 등 수입기반이 취약한 데 비해 지출해야 할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지방채 발행 등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은 8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재정건전성 강화방안 정책토론회'를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부산시가 재정난을 겪는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그 정도가 날로 악화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재정여건이 개선될 요소는 보이지 않고 재정위험성을 가중시키는 '악재 거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시의회 정책연구실 류춘호 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시 재정위험요인으로 6개를 꼽았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경상가용재원 및 가용비율 부문이다. 2008~2009년 가용재원이 1조7781억 원(총세입 대비 28.5%)에서 1조2423억 원(〃 18%)으로 줄었다. 항시적 수입(경상수익)에서 인건·운영비, 구·군 교부금 등 경상비용을 빼고 시가 쓸 수 있는 돈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얘기다. 류 연구위원은 "이 가용재원은 부산시 투자지출액(2009년 2조808억 원)에 미치지 못해 그 부족분은 지방채 발행이나 채무부담액 등으로 충당한다"고 지적했다.

경상가용재원이 적다는 것은 해당 지자체의 재정 경직성이 심하고 재정부족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게다가 핵심 수입원인 지방세의 비과세·감면액이 2005년 2667억 원에서 해마다 늘어 2009년에는 무려 7128억 원을 기록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27.9%에 이른다. 이에 따른 부산시 재정감소액은 연평균 4986억 원이고 지방세 세원 결손율은 16.3%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지방세 징수액 증가율은 연평균 4.9%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 산하 공기업의 적자·부채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부산교통공사는 환승운임 손실과 노인 등 무임승객 수송으로 해마다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다. 7개 공기업의 2009년 당기순손실(1348억 원) 중 1028억 원이 교통공사의 것이다. 부채 규모도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시가 재정지원을 통해 적자를 보전하지만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부산도시공사의 경우 부채액이 2005년 1817억 원에서 2009년 2조1287억 원, 지난해 2조5541억 원으로 불어났다. 해마다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던 벡스코는 2009년 510억 원의 당기순손실, 71억 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나타냈다.

민간투자사업이 많은 것도 재정 위험요인이다. 특히 부산김해경전철과 을숙도대교, 백양터널, 수정터널, 거가대교, 북항대교 등은 부산시가 실시협약상 민간업체에 최소 운영수입을 보장해줘야 하는 형편이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3단계 10대전략산업 계획(2009~2013년)에 모두 8조3954억 원이 투입되는 것도 재정압박 요소다.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감소→세입감소→재정 건전성 악화'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부산의 고령화 인구비중은 2010년 11.3%에서 2025년 24.8%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추세로 인해 부산시의 노인 예산은 2007년 2014억 원에서 2011년 4321억 원으로 14.5% 늘었다.

부경대 이남국(행정학과)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 차원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재정수지와 채무 등 총량적 재정지표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세출의 효율적인 집행 기준 등을 만들어 시행하자는 것이다. 류 연구위원은 지방세 비과세·감면액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비롯해 지방재정법에 '지방세 감면 한도율' 도입, 민간투자사업의 적정한 관리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