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황우여(가운데)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학생 등록금 인하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임해규 등록금대책TF 팀장, 오른쪽은 이주영 정책위의장.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한마디 사전협의도 않고…" 청와대 불편한 심기 표출
- "지원규모·방식 합의 안돼" 재정부도 재원마련 난색

한나라당의 대학 등록금 지원 대책 발표에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오는 27일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회동이 예정된 마당에 굳이 이날 한나라당이 등록금 지원 대책을 발표했어야 했느냐는 불만이다. 게다가 당장 이날 발표에 기획재정부는 합의된 것이 아니라며 한발 물러서는 등 이 문제가 당정 갈등 양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회동 의제 중에 등록금 인하도 들어 있다"면서 "회담의 의미는 더불어 머리를 맞대고 여·야·정이 좋은 방안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데 있는 것인데 야당 대표나 야당 상황도 생각해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는 재원 마련에 난색을 보이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합의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밝혔고, 교과부도 "큰 틀에서 정부와 논의했으나 재정지원 규모, 지원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협의해 결정해나갈 계획"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론의 압박과 당내 포퓰리즘 비판 등으로 위기감을 느낀 황우여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급한 마음에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재정부는 이날 "세부적인 재정 지원 규모까지는 합의된 사항이 아니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재정부는 이날 한나라당 발표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22일 저녁 당정이 만나 큰 틀에서 협의가 있었지만 재정 지원 문제까지는 합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2조 원이라는 지원 규모는 한나라당 제안이지 당정 협의과정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정부가 이처럼 해명에 나선 것은 대학등록금 지원 방식이 정해지지 않아 지원 규모도 협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6조8000억 원과 대학장학금 1조5000억 원이 투입된다'는 한나라당의 제안이 당정협의가 된 재정 지원 규모로 오인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대학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재정 지원 문제는 지원 규모와 방식 등 짚어야 할 점이 많아 후속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부가 한나라당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 협의는 이뤄졌다"며 "조금 더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고 협의할 계획"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등록금에 대한 지원 방식이 확정돼야 구체적인 재정 지원 규모가 나올 것이다. 후속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규모와 방식을 놓고 당과 계속 논의할 것"이라며 "이달 말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는 예산요구안에는 확정안을 담기가 쉽지 않겠지만 늦어도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확정되는 9월 중순까지는 합의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