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철저한 증거 있다"

한나라당이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해 청와대에 '엄정한 대응'을 거듭 주문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한 첫 단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향후 당·청 관계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26일 "정권 후반기 권력비리와 측근비리, 고위공직자 비리, 친인척 비리 등 모든 사항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청와대에 요청한다"고 이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어 "정권 후반기에 들어가면 언제나 대한민국 정권들은 권력, 측근, 친인척, 고위공직자 비리로 침몰했다"며 "청와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이런 문제에 대해 선제 대응해 달라"고 촉구했다.

홍 대표는 "최근 대통령 측근비리가 계속되고 있다. 김두우 홍보수석 비리를 비롯해 신재민 전 차관의 비리연루 의혹 문제가 연일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면서 "신 전 차관의 비리연루 의혹 문제에 대해 조속히 수사에 착수해 (의혹을)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홍 대표는 지난 24일에도 청와대 수석급 인사를 접촉해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력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지금 터지고 있는 이 문제의 끝이 어디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검찰은 독립적 위치에서 소임을 다해주고, 청와대는 특단의 기구를 만들어 선제적으로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인 유 최고위원의 이런 발언을 놓고 당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친박계 전체가 공개리에 측근비리 척결을 요구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편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신 전 차관이 대통령 선거 전후에 미국을 서너 차례 갔다왔고, 이 때 이국철 SLS 회장 회사의 해외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대구시당 당사에서 가진 당원간담회에서 "이 회장과 몇 번 전화를 하고 어제 만났다. 대선 전후에 10억 원 정도를 (신 전 차관에게) 줬고, 이 사람이 철저하게 증거를 갖고 있다"면서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자기 회사 해외법인 카드를 사용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 회사 법인카드에 신재민이 쓴 것이 다 나온다'고 했다. (이 회장이) 이것을 제출하면 엄청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 전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는 것은 얘기하지 않겠다"면서도 "엄청난 파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해 이 회장이 또 다른 비리 의혹도 거론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