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 국제신문 DB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9일 부산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 이후 처음으로 부산을 찾아 강연과 지역여론 청취 활동을 벌였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 3시 부산 영도 한국해양대 캠퍼스에서 열린 명사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2시간여 특강을 펼쳤다. 그의 부산 방문은 지난 10·26 동구청장 재보궐선거 지원에 이어 20여 일 만이다.

한 전 총리는 강연에서 "저는 실패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다음을 준비해왔다"면서 "한 번 선택한 일이면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몰입해왔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정권은 지난 3년간 국민들에게 불안만 안겨줬다"며 "실업과 취업난으로 젊은층의 미래가 불안한 데다 고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삶이 너무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여부를 놓고 검찰과 지루하게 벌였던 법정싸움에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한 전 총리는 특히 "내년은 우리나라의 20년 이상 미래를 결정짓는 전환점"이라며 "내년에 정권교체를 못하면 보수 장기집권시대로 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를 막고 민주진보개혁 진영이 정권을 잡으려면 야권대통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나라당 권력과 기득권 세력에 맞서 조직하고 연대할 것을 역설했다.

그는 강연회 참석 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노조원 및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한 전 총리는 강연을 마친 뒤 민주당 부산시당을 방문해 최인호 시당위원장, 부산지역위원장, 당 소속 시·구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치검찰'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야권대통합이 정권교체의 지름길임을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 상임고문인 한 전 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무죄 판결을 계기로 정치활동의 폭을 넓히고, 내년 총선 전 부산지역의 야권대통합 세력을 결집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주도하는 야권대통합 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에 힘을 실어주려는 목적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