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5년간 사용해온 현재의 이름을 대체할 새 당명을 찾기 위한 국민공모를 시작하자 여당 예비후보들이 울상이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들여 제작한 '한나라당' 이름과 로고가 새겨진 명함이나 현수막을 새로 만들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벌써 "내 돈 돌리도"하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27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예비후보는 공직선거법상 유권자 가구 수의 10% 이내에서 홍보물을 발송할 수 있다. 제작비는 500만 원대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대형 현수막 설치와 명함 인쇄까지 합치면 1000만 원이 넘는다. 이날 현재 전국 예비후보 1543명 중 한나라당 소속은 553명. 1인당 1000만 원을 썼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액수는 55억3000만 원에 달한다. 부산은 등록 예비후보 107명 중 54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부산 동래구의 A 예비후보는 "지금까지 명함 5만 장과 유권자들에게 발송할 홍보물을 만드는 데 1100만 원 정도 썼다. 당명이 바뀌면 모두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연제구의 B 후보는 "전화 여론조사와 길거리 인사를 통해 '한나라당' 후보라는 사실을 알렸는데 완전히 전략을 새로 짜야 할 판"이라며 "새로운 당명을 유권자들에게 인식시키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많다. 한나라당 정근(부산진갑) 예비후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총선을 7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당명을 바꾸는 것은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쇄신과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당명 개명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다.
한편 한나라당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PBC라디오에 출연해 "15년간 당명을 지켜온 점을 존중해야 한다. 당명을 바꾸면 15년 전으로 돌아가 한나라당이 가졌던 좋은 가치들을 다시 쌓아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