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으로 문을 연 '국민의 정치' 시대. 야권 의원들이 '텃밭 불출마' 선언으로 몸을 던지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 부울경 의원들은 몸을 웅크리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29일 현재 민주통합당 김효석(전남 담양·곡성·구례), 유선호(전남 장흥·영암·강진), 장세환(전북 전주 완산을) 의원 등이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해 '호남 물갈이'에 불을 지폈다.
민주당 대권주자군인 정동영(전북 전주 덕진) 정세균(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 의원은 서울 강남과 종로로 옮겨 출마하기로 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도 야권 통합정당 합류를 위해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호남과 함께 지역주의라는 공통의 정치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부울경 한나라당 의원들은 요지부동이다. 초선인 현기환(부산 사하갑) 장제원(사상) 의원만이 변화와 국민 요구 부응을 '명분'으로 불출마를 선언했을 뿐이다. 나머지 중진의원 등은 공천을 못 받을 경우 무소속 출마 불사를 공언하고 있다.
영호남 의원들의 이 같은 차이는 정권 창출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의원 개개인의 '정치 입문' 명분도 일정부분 작용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시민사회단체 등 외부 세력과 연대를 모색해온 야권은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개별 의원들의 정치 입문도 개인보다는 '공익'적 측면이 상대적으로 부각됐다. 유선호 의원은 부천서 성고문 사건, 임수경 방북사건, 노동지사인 박노해 사건 등 시국사건을 변호한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유원일 의원은 시흥환경운동연합 대표를 지냈다.
반면,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부울경 지역은 보수화되면서 변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더구나 한나라당 공천이 전문가 위주로 이뤄져 '배지'가 개인의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이 강하다. '다른 출발'이 변화의 시기 두 지역 의원들의 행보에 차이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를 오가며 10년 가까이 국회 보좌관을 지낸 한 인사는 "국회의원직을 한나라당 의원들은 입신양명의 측면에서, 야권은 가치관·이념을 실현시키는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