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세연(왼쪽) 의원과 이준석 비대위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지역갈등 촉발 '남부권 신공항', 반발 여론 확산되자 접기로
- 무산 기류 저축은행 특별법은 국회 법사위서 검토키로 가닥

새누리당이 4·11총선 최대 격전지인 부산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3가지 카드를 꺼냈다.

우선 공천 심사면접을 오는 20일 처음으로 부산에서 개최한다. 부산·경남·경북·대구의 갈등을 촉발했던 '남부권 신공항' 카드도 총선 공약에서 접었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 역시 무산되는 쪽으로 흐르다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가에선 등 돌린 '표심'이 얼마나 되돌아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위원회는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어 오는 20일 첫 공천 면접 장소로 부산시당을 택했다. 이날 공천 면접에는 부산·울산·경남 지역구 신청자들이 참가한다. 공천위는 "국민 눈높이에서 공천하기 위해 처음으로 현장 면접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첫 면접지로 부산을 택한 이유는 민주통합당 문재인(사상) 상임고문과 문성근(북강서을) 최고위원으로 대표되는 '야권 바람'을 차단하는 한편 악화된 여론을 다독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공항과 저축은행 대책에도 긍정적 신호를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이날 '남부권 신공항 사업'을 중앙당 차원의 총선 공약으로 내놓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대구와 부산이 정면 충돌할 조짐을 보이자 논의를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부산 시민단체들은 지난 9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남부권 신공항' 발언이 지역갈등을 조장한다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또 신공항이 대구·경북과 호남까지 아우르는 '남부권' 차원에서 추진될 경우 부산 가덕도가 입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여당을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되는 추세였다.

'포퓰리즘 입법' 논란에 막혔던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도 무산 기류가 잠시 멈칫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에서 "여러 실상을 충분히 감안해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영철 대변인은 "방향을 정했다기보다는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은 법안이 정무위를 통과한 만큼 수순에 따라 법사위에서 논의가 될 차례라는 원론적 언급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박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지 않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비등하는 비판 여론 속에서도 법사위 상정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시점을 조율해가며 법안을 처리할 수도 있다는 시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김세연(부산 금정)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저축은행 부실감독의 책임을 지적하는 전날 국제신문 보도를 언급하며 "특별법이 포퓰리즘 입법으로 보여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공직선거법에 대한 여야 합의를 요구하는 민주통합당이 법사위에 참석하지 않는 가운데 법사위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여서 2월 국회 처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여당 핵심인사는 "사실 '남부권 신공항'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대표적 사례다. 저축은행 특별법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통과를 반대하는 듯한 말을 해 민심이 악화됐다"면서 "새누리당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못 잡은 만큼 언제든 '헛발질'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게 더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