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가 해운대해수욕장을 비롯한 중심지 미관지구에 공동주택 건축을 허용하는 조례를 추진해 논란에 휩싸였다. 중심지 미관지구는 도심 고밀도 개발에 따른 경관 보호를 위해 건축 용도를 제한하는 곳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상업지구와 대부분의 영역이 겹친다.
11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새누리당 이병조(강서1) 의원은 동료 의원 9명의 서명을 받아 '부산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를 대표 발의해 지난 5일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칠 경우 12곳의 중심지 미관지구 89만8043㎡(27만2130여 평)에 공동주택을 허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탑상형 주상복합' 이외의 주거용 건축은 중심지 미관지구에서 불가능하다.
이 의원은 "부산은 산지가 많아 전체 도시면적의 67.2%가 개발이 불가능하다. 중심지 미관지구의 건축제한을 완화해 주거용지를 확보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례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심지 미관지구로 묶인 간선도로를 따라 아파트 담벼락이 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는 "유흥가와 업무·상업시설이 밀집한 부산 서구 충무동~옛 부산시청~서면~연산교차로까지의 중앙로와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에 공동주택이 들어설 경우 심각한 교통난과 함께 조망권·일조권 분쟁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해운대해수욕장 난개발이 가장 우려된다. 중심지 미관지구 면적의 46%인 41만3524㎡(12만5310여 평)가 해수욕장 좌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해수욕장 좌측에는 아파트가 포함된 101층짜리 해운대관광리조트(부지 6만5934㎡) 사업이 추진 중이다. 원래 이곳은 중심지 미관지구였으나 2009년 부산시가 특혜시비를 무릅쓰고 일반미관지구로 용도를 변경해 주거가 허용됐다.
부산참여연대는 "2009년에도 일부 의원이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에 공동주택을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폐기했다. 이번에는 해수욕장 주변을 포함해 부산 미관지구 12곳 전부를 대상으로 아파트 건축을 허용하려는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시 허대영 도시개발본부장은 "개정안 발의 진의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