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친인척·측근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참모에게도 안 알린채 단행
- 대선 앞둔 여당에 '짐' 덜고
- 경제 등 국정현안 다잡기

- 새누리 "안타깝고 참담하다"
- 민주 "사과 늦고 알맹이 없어"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 등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혐의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은 더 시간을 끌면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유럽발(發) 재정위기 여파로 침체에 빠진 국내 경제상황을 비롯해 국정 현안을 다잡으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오는 28일 런던올림픽 개막과 다음 주 여름휴가가 예정된 점을 들어 그 이전인 27일 이 전 의원의 기소 시점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강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대국민 사과를 전격 단행한 것은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의 '짐'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와 내곡동 대통령 사저 부지 의혹 특검 등 수세적인 정국에서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사과는 정치적 계산이 있었던 게 아니다"고 말했지만, 이번 사과로 새누리당 일각에서 제기돼온 탈당 요구가 수그러들면서 임기 말 권력누수의 급진전을 완화하는 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사과 문제를 빨리 털지 않으면 경기 하락 등 국정 현안을 제대로 컨트롤하기 힘들고, 8·15 경축사를 통해 임기 말 국정 구상을 밝히는 데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현실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더 끌면 여러 정치 일정이 꼬일 수도 있고, 임기 말까지 국정 현안을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주말 열린 내수 활성화를 위한 민관토론회에서 형님·측근 비리 의혹의 충격에도 경제위기를 책임지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심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참담한 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도덕적 해이와 비리를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대통령의 사과는 너무 늦고 알맹이 없이 말로만 하는 사과에 그쳤다"면서 "무엇보다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측근의 구속과 직접 연관된 대선 자금에 대한 자기 고백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이 마지 못해 그저 말로만 그치는 대통령의 사과와 심기일전의 각오를 얼마나 믿어줄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