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부산시의회 5층 본회의장에서 '학생 학습선택권 조례안'을 처리하는 제221회 임시회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제신문DB

- 내부 이견 조율 노력 않아

"이번 '학생 학습선택권 조례안(이하 조례)' 부결의 한 원인은 부산시의회 내부 소통 부재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시의원 간에 소통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25일 부산시의회 의원 다수는 지난 24일 부산시교육청이 재의를 요청한 조례가 부결된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의회 내부에서조차 이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고, 소통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예견된 참사(?)'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 과정을 되짚어 보면 시의회의 소통 부재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은 모두 11명, 이 가운데 교육의원은 6명이다. 나머지 5명은 지역구 시의원 가운데 상임위 배정을 통해 교육위에 소속됐다. 주로 교육의원들만 모여 논의를 해왔고, 상임위 통과 때까지 11명이 모두 모여 제대로 의견을 나눈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애초 조례 통과 때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안건이 시교육청의 재의 요구 뒤에는 각 의원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견해가 나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조례에 대한 입장차로 시의회와 시교육청과의 갈등 양상으로 확산되자 이를 반대하는 단체와 표를 의식한 의원들의 의견이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탓에 빚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게다가 교육위에서 전체 시의원(53명)을 상대로 설명회나 공청회를 개최한 적이 없었다. 시교육청이 재의를 요청하자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찬반 입장에 대해 설명했더라면 이해의 폭이 넓어져 이견을 조율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후반기 원 구성에서 밀린 의원들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반기 신임 의장단이 앞장서서 경쟁 후보였던 의원들을 끌어안고 조언을 구하는 형식으로 이견 조율에 나섰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선거 후유증이 남은 상태에서 서로 끌어안는 노력이 없다 보니 아직도 서먹서먹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적극적인 지지는 언감생심이다"며 안타까워했다.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쳐 예상되는 문제를 조율한 뒤 다음에 상정하자는 의견을 묵살하고 강행 처리한 것도 시의회 분열을 자초한 일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시교육청과 시의회 안을 보완해 수정안을 마련했더라면 조례를 발의한 이일권 의원도 살리고, 의원들의 단결도 꾀할 수 있었을 텐데 강행 처리한 일은 두고두고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교육청과 학부모총연합회는 조례 통과로 마찰을 빚었던 시의회를 향해 "학생을 상대로 실험할 수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의원들의 한 표가 시민을 상대로한 '실험'이 돼서는 안 된다. 의원들 간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