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지태 씨의 부인 송혜영(90) 씨가 22일 오후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정수장학회 입장 표명과 관련한 시민사회·유족 합동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朴, 정수장학회 입장 발표에
- 당내 쇄신파 비난여론 고조

- 文 "이런 인식으로 어떻게…"
- 安 "미래 열 수 없다" 맹공격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를 '털고' 가려 했지만, 오히려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정수장학회가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로 '강탈'이 아니라 '헌납 후 재탄생'에 무게를 실으면서 인혁당 발언 파문에 이은 '제2의 과거사 논란'으로 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 불통 논란 재연

박 후보는 22일 야당의 비난을 "네거티브 정치 공세"로 일축하고 정면돌파에 나섰다. 박 후보는 대신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에 대해 "사퇴를 거부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면서 분명한 어조로 사퇴를 촉구하는 양면 전략에 나섰다. 당내에서는 박 후보의 이 같은 언급에 "사실상 최 이사장과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당에서는 박 후보의 기자회견이 매듭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더 꼬이게 하였다며 박 후보가 역사적 사실과 사법부의 판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또 모든 것을 자신의 시각에서만 재단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불통'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박 후보는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해 핵심 측근들과도 제대로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쇄신특위 이상돈 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 "실망을 넘어 걱정"이라며 "헌정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시절에 단행됐던 조치를 두고 정당하다고 하면 끝없는 논쟁을 또 야기하지 않나 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참모들이 왜 그런 조언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서는 저도 약간 갸웃거려진다"고 불평을 토로했고, 쇄신파인 김용태 의원은 "인혁당 논란의 재판이고 국민의 눈높이에 전혀 맞추지 못하는 안일한 판단이었다"고 비판했다.

■문, "실망스럽다"…직격탄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박 후보께서 이번에야말로 풀고 갈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그런 기대에 어긋나서 실망스럽다"면서 "이러한 인식으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후보는 "정치적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그런 정도인데 어떻게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하겠는가"라면서 "정치적 민주화 없는 경제 민주화는 독재로 흐를 뿐"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 후보는 2012년 대통령 후보인데도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서 "박 후보와 같은 인식으로는 새로운 미래, 소통하는 대한민국을 열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