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일 처리한 새해 예산안은 우리나라가 `보편복지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의 집중적인 복지예산 증액으로 사실상 `복지예산 100조 시대'에 들어선데다 앞으로도 저출산ㆍ고령화 추세 속에 복지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건은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지 여부다.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지속가능한 복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복지는 이른바 '고통 분담'이 전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도 여야 후보들은 뚜렷한 재원조달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근혜표 복지대책 역시 그런 맹점을 안고 있다는 평가다.

직접 증세를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세법개정안들은 한결같이 고소득층ㆍ대기업을 겨냥하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로 과세 대상을 넓히고 비과세ㆍ감면을 축소하는 간접증세안이어서 복지재원 조달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박근혜식 증세안도 대체로 이런 간접증세 방안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보편적 복지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려면 `박근혜 정부'에서 본격적인 직접증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 =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342조5천억원 가운데 복지예산은 올해(92조6천억원)보다 4조5천억원 많은 97조1천억원이었다.

여기에 더해 여야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주요 복지공약을 중심으로 약 2조2천억원을 증액하면서 복지예산을 99조원대로 불려놨다.

민간에 사업을 위탁하고 정부가 금리를 보전해주는 방식의 복지사업 규모 약 5조원을 더하면 실제 복지예산은 100조원을 가뿐히 넘긴다.

내년도 총지출 기준으로는 약 30%를 복지예산으로 채우는 것으로, 꼭 필요한 계층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선별 복지'의 개념에서 벗어나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보편 복지'에 들어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복지예산은 더욱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양극화나 저출산ㆍ고령화 추세에 맞춰 여야가 한목소리로 복지강화를 외치고 있어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내년도 복지예산 증액을 통해 `만 0~5세 무상보육'과 `대학생 반값등록금' 공약을 관철했지만 다른 `메가톤급' 공약들은 내후년 이후로 실행시기를 미뤄놓은 상태다.

특히 박 당선인의 주요 복지공약인 ▲`4대 중증질환 치료비' 국가부담 ▲기초연금 도입 ▲초등학교 온종일학교 ▲고교 무상교육 등은 하나같이 수조원대 예산이 들어가는 초대형사업들이다.

◇ `복지 증세' 본격화 = 새해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를 통과한 각종 세법개정안들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부자증세'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인하(4천만→2천만원)하고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을인상(14→16%)하며 억대 연봉자에 대해 비과세감면 한도(2천500만원)를 설정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세율을 올리는 직접적인 증세보다는 비과세ㆍ감면을 축소하는 이른바 `박근혜식간접증세안'이다.

박 당선인은 이러한 `간접증세' 방식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연간 3천억원,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으로 2천억원의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각각 추정된다.

그러나 간접적인 증세로 막대한 복지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예결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국회의 새해 예산안 감액 규모는 4조원을 조금 웃돈다"면서 "비과세ㆍ감면 축소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 등을 아무리 해도 10조원 이상 세수확보는 어렵다"고 말했다.

예산심사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국채발행을 적극 검토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결국은 박 당선인이 세율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당선인은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설치해 증세 문제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대타협위 설치 자체가 증세를 뜻하는 것은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일부 세율을 높일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부가가치세 인상은 저소득층에게 부담을 줘 사회적으로 부작용이 크기에 추진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소득세ㆍ법인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도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수상한 금융거래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를 국세청이 적극 활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FIU법안'을 입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사생활 보호 때문에 FIU의 금융거래 정보에 국세청의 접근이 제한돼 있어 지하경제 파악에 어려움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김 교수는 "FIU 법안이 통과된다면 국세청이 지하경제의 탈세를 잡아내 수조원대 복지재원을 확보하는 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