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朴 '마이웨이'에 野 '맞짱'
- 정치실종 해결기미 없어
- 김종훈 사퇴도 사태악화

- 2월 국회 넘길 가능성 커
- 부총리·장관 임명 불투명

- "朴, 野 퇴로 열어줘야" 지적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5일을 하루 남기고도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대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식물정부가 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현실화할 우려가 높아졌다.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전격 사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대치하고 있는 여야의 막판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은 '마이 웨이'를 고집하고 있고,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박 대통령에 '맞짱'을 뜨겠다면서 물러서지 않는 데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정치실종' 상황은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이것(핵심)이 빠진 미래창조과학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고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고까지 언급한 만큼, 물러날 여지는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에 대한 직접 호소 방식을 택하면서 야당을 압박하는 형국이 돼 민주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양측이 정면충돌하면서 협상의 여지가 좁아진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난 3일 IPTV와 위성방송 등에 합의를 이루고 최종합의를 남겨 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다소 셌다"고 평가했다.박 대통령이 삼고초려해 발탁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도 양측의 설전을 불러일으키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김 후보자가 사퇴 회견에서 야당에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지연의 책임을 물은 것에 대해 민주당 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조직법 처리가 불발되면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등 이번에 신설되는 기관의 부총리나 장관 임명은 언제 가능할지 전망조차 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새 정부의 상징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에 장관 후보자 사퇴까지 겹쳐 미래가 가장 불투명한 부서가 됐다.

청와대 인선, 장관 후보자 발표, 청문 준비, 청문회, 대통령 임명의 절차를 거치는 데 3주 이상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달 내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이 정식으로 취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제 모습을 갖춰 출범하는 시기는 내달이나 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이날 "박 대통령 담화와 김 장관 후보자 사퇴로 문제가 더욱 꼬이는 것 같다"면서 "야당의 양보가 필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의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압박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마지막 쟁점인 방송 공정성과 관련해 여당이 방송 장악 의도가 없다고 강조만 할 것이 아니라 이 부분에 대해 사후 재논의할 수 있다는 조항이나 명분을 구체화해 약속하는 것이 타협점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결국 정부·여당 쪽에서 야당이 양보할 명분을 주는 정치력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막판 쟁점이 SO(종합유선방송국)의 재·개정권으로 좁혀진 만큼 전격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