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민주당 열람위원들이 23일 오전 대화록 부속자료 단독열람을 요청하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이용우기자 ywlee@kookje.co.kr

- 박지원 "시작 안했어야"
- 새누리 "뻔뻔함의 극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증발 사태로 정쟁의 한 복판으로 내몰린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23일 문제의 본질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발언' 진상규명이라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문 의원은 '참여정부 폐기·삭제설' 등 대화록 증발을 둘러싼 새누리당 주장에 대한 어떠한 항변이나 반박 논거도 내놓지 않았고, 친노 일각에서 거론된 특검수사를 통한 진상규명 언급도 없는 '소극적' 대응에 그쳐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수세에 몰릴 빌미만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문 의원은 '대화록 증발'과 관련, 새누리당에서 일제히 "이제는 문 의원이 진실을 밝힐 차례"라면서 포문을 열자 이날 '이제 NLL 논란은 끝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개인성명을 냈다. 그는 성명에서 "새누리당은 이미 NLL(발언)을 충분히 활용했다. 대화록이 없더라도 국가기록원 기록을 열람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주장의 진실을 밝히고 논란을 조기에 종식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대화록 유무 논란으로 인해, 문제의 본질이 가려져서는 안된다"면서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에 의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 포기가 아니라는 것이 다수 국민의 의견이다. 대화록이 없더라도 (열람위원들의 검색으로 확보된) 정상회담 전후의 기록들만으로도 진실을 규명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대화록 증발 사태는 "원본공개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를 떠나겠다"면서 배수진을 친 문 의원의 주장으로 촉발됐다는 점에서 '이제 그만 끝내자'는 그의 갑작스런 제안은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 의원은 정국의 뇌관으로 급부상한 대화록 증발사태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해 사실관계를 차분히 규명해 나가면 될 것", "대화록이 없다고 하는 상황의 규명은 여야가 별도로 논의하면 될 일"이라고만 언급하는 데 그쳤다.

'대화록 증발'과 관련, 문 의원의 '입'만 바라보고 있던 민주당 내부에서는 '출구전략' 차질 우려와 함께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대화록 공개에 반대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 글에서 "그렇다면 시작을 안했어야 하고 민주당과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불만을 드러냈고, 한 재선 의원은 "다 밝히자고 해놓고 이제 와서 덮자는 것이냐"고 말했다.

당장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 의원의 발언은 뻔뻔함과 무책임의 극치"라면서 "남북대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역사적 기록인 사초의 폐기에 대한 입장과 사과가 우선"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