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노회찬 정의당 前 공동대표

보름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국가정보원 댓글의혹사건을 규명하기 위해서 시작된 국정조사특위 시한이 오는 15일까지인데요. 제대로 활동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지금 파국으로 치닫게 될 조짐입니다. 여야 간에 증인채택협상이 결렬되면서 민주당은 장외투쟁으로 나섰죠. 새누리당은 거기에 대해서 정치적 노림수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데요. 새누리당, 민주당 얘기는 많이 들었고 오늘은 다른 당 얘기 듣겠습니다. 정의당 노회찬 전 공동대표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당 이름이 진보정의당에서 정의당으로 바뀐 거죠?

◆ 노회찬>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직은 좀 낯선 느낌이네요?

◆ 노회찬> 친하게 되면 성을 빼고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가까이 가려고 그렇게 했습니다.

◇ 김현정> 익숙해지겠습니다. 여하튼 민주당이 장외로 나섰습니다. 병행투쟁, 이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 노회찬> 사실 엄격히 따지자면 장외로 나섰다기보다는 장외로 내몰렸다. 이건 새누리당의 태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렇게 생각되고요. 그간에 민주당이 많이 참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진작에 장외로 내몰렸는데, 다소 늦게 결연한 태세를 갖춘 게 아닌가 아쉬움도 있습니다.

◇ 김현정> 다소 늦었다,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 노회찬> 사실 그간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새누리당의 국정조사에 대한 태도를 보면 국정조사를 그래도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결국에는 안 하겠다는 뜻이라고 저는 보여집니다. 그러니까 국정조사를 하기 위한 국조특위가 아니라 국정조사를 무산시키기 위한 국조특위였다. 애초에 권성동 간사를 임명한 것부터가 그분은 국정조사 하면 안 된다는 사람이었거든요. 국조합의 자체가 위법이라는 주장을 가진 분인데, 그런 분들로 새누리당 특위 위원의 다수를 이루었다는 자체가...

여하튼 명분에 떠밀려서 안 할 수는 없지만 사사건건 방해하거나 물 타기를 해서 사실상 내용 없는, 알갱이 없는, 알맹이 없는 국조특위를 만들어버리겠다는 뜻이 역력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쐐기를 박아서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뭔가를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든 상황이었거든요.

◇ 김현정> 그런데 민주당에서 정청래 간사라든지 협의를 계속해 오신 분들의 입장에서는 ‘자꾸 새누리당에 양보했던 부분, 이 부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안 하면 국정조사 자체가 파행으로 가기 때문에 그것만은 막아야 된다는 심정으로 솔로몬의 지혜.’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이게 끌려오거나 너무 늦은 타이밍이라든가 이런 건 아니라는 주장인데요?

◆ 노회찬> 그런 점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닙니다. 우리도 다 지켜봤으니까요. 다만 중간에 그냥 국정조사 중심으로 밀고 나가야 할 때, NLL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오겠다는 식으로 해서 갔다가 잘 해결도 못 하고. 오히려 짐만 더 무겁게 진 상태에서 돌아온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서울로 간다고 처음부터 얘기한 건 사실이지만 부산서 서울 가려면 경부선 타고 가야 되는데, 그냥 동해남부선 타고 경주 갔다가 다시 중앙선 타고 지금 서울로 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 김현정> 그런 점에서 안타깝다는 말씀이시군요?

◆ 노회찬> 그렇죠.

노회찬 정의당 前 공동대표 (자료사진)
◇ 김현정> 지금 민주당에서는 장외로 나오기는 했고. 촛불집회를 해 오던 시민단체, 이런 세력들과 연계하느냐 마느냐 고민하다가 결국은 의원들 개별의사에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주말행사부터.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노회찬>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나 고민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볼 때는 시민들의 촛불집회와 연계하느냐, 안 하느냐가 핵심인 게 아니고요. 사실은 새누리당의 정상적인 태도를 촉구하는 상황인 거고요. 새누리당이 국조할 뜻이 없다거나 국조를 파행시킬 게 분명하다면 국회로 돌아갈 수가 없는 거죠, 사실.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선택은 새누리당이 하게 만들어야지. 새누리당에게 정상적으로 국조에 협조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국조를 이렇게 파토낼 것인가를 선택하도록 하고. 새누리당의 선택에 따라서 민주당의 갈 길도 정해져야지, 민주당이 두 가지 길을 놓고 뭔가 고민하는 식으로 자꾸 가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런 프레임은 안 된다는 말씀이세요?

◆ 노회찬> 네. 이제까지 문제가 다 그래왔다고 보거든요.

◇ 김현정> 그럼 지금 새누리당에서는 이 장외투쟁을 두고 ‘민주당의 자폭행위다. 대선 불복운동 펼치겠다는 거다. 국조에서 마음대로 안 되고 불리할 것 같으니까 판 엎어버리겠다는 얘기다.’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노회찬> 새누리당으로서는 이제 열흘밖에 남지 않은 국조 상황을 놓고서 자기들로서는 원하던 결승점에 거의 다 왔다고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원하던 결승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노회찬> 결국에 8월 15일까지가 활동시한인데. 사실 지금 남은 시간을 놓고 보면 증인들에게 일주일 전, 사실은 출석통보를 해야 되거든요.

◇ 김현정> 그게 원칙이죠?

◆ 노회찬> 네. 그렇다면 이번 주말에 합의하더라도 증인들 출석요구해서, 만일 증인들이 오면 한 번 정도 회의를 하고. 오지 않을 경우에는 사실 동행명령장 발부할 시간도 지금 촉박합니다. 그렇게 되면 연장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또 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연장하는 조건으로 동행명령까지는 발부하되 거기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고발하지 않는다고 하는, 그걸 또 고발할 거냐, 안 할 거냐 하는 합의점이 또 있거든요.

산 넘어 산이라는 거죠. 그래서 결국에는 모든 걸 다 탈진시켜놓고 정기국회로 넘어가려고 하는 속셈이 애초부터 역력했기 때문에 지금 새누리당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연한 태도가 아니면 바꿀 수가 없다고 저는 보여집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할 수 없었다, 이런 결론을 민주당이 생각하고 있다면 차라리 장외투쟁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되고.

대선에 국정원이 개입한 전대미문의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처벌할 거 처벌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민주당이 선택할 길은 외길이다.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는 게 아니라고 보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문재인 의원도 나오고 중심부에 있는 중진의원들도 다 나오고. 이렇게 투쟁을 똘똘 뭉쳐서 해야 된다, 이렇게까지 보세요?

◆ 노회찬> 문재인 의원 나오시는 게 핵심사안은 아니라고 보고요. 다만 장외로 나온 이유가 무슨 장외에서 뭘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장내에서 애초에 합의된 대로 국정조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목적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볼 때, 기간이 기본적으로 연장이 돼야 되고. 그리고 지금 문제가 된 원세훈, 김용판 씨 등의 출석요구가 있어야 되고. 또 출석요구가 없을 때는 동행명령을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고, 동행명령결의를 해야 되는 거고요.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국회모욕죄로 고발하는 자체까지 합의를 해야 됩니다.

◇ 김현정> 거기까지도 가야 된다고 보세요?

◆ 노회찬> 그럼요. 새누리당이 거기에 합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에 출석요구 정도만 하고, 안 오더라도 그냥 넘어가자는 그 얘기거든요.

◇ 김현정> 새누리당은 ‘정당한 이유가 없이 안 나올 거라고 상정하고, 미리 합의하는 것은 초법적 아니냐,’ 이런 얘기하시던데요?

◆ 노회찬> 아니, 약혼할 때 결혼할 것까지 약속하고서 약혼하는 거 아니에요? 예를 들면 부를 때, ‘혹시 별다른 사정이 없으면 국회에 출석해 달라.’ 이런 뜻이 아니거든요. ‘국회에 무조건 나와야 된다.’는 것이고요.

◇ 김현정> 강력하게?

◆ 노회찬> 그럼요. 국회에서 출석요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못할 어떤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은 천재지변이라거나 몸이 불편하다거나 이런 이유 말고는 없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석요구에 서로 합의했다는 것은 응하지 않을 때 동행명령을 하는 것 자체를 포함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동행명령까지도 불응한 사람에게 다시 고발할 거냐, 말 거냐 가지고 서로가 다시 협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렇다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 노회찬> 새누리당의 결단의 문제라고 생각 됩니다. 누가 보더라도 불법행위가 분명한 국정원, 그리고 서울경찰청의 대통령 선거 위법행위에 대해서 국정조사를 약속대로 실시할 것인지, 아니면 이것이 정권 정통성에 관련된 치부라고 판단해서 계속 이런 식으로 유야무야로 넘길 것인지에 대한 새누리당의 판단인데요. 사실 제가 볼 때, 이거는 이번 국정조사를 무산시킨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새누리당이 분명히 좀 알아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 김현정> 사실 팽팽한 대립 속에서 과연 타협점을 쉽게 찾을 수 있을지, 이 부분은 의문이 계속 가네요. 오늘은 새누리당, 민주당도 아닌 정의당의 시각으로 이 상황을 봤습니다. 노회찬 전 대표님, 고맙습니다.

노컷뉴스/국제신문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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