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0월 28일 상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기록영화(사진 위)에는 실각한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원안) 국방위 부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만, 지난 7일 내보낸 기록영화(아래)의 같은 장면에서는 장 부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기록영화에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의 모습을 삭제한 영상을 내보내면서 '장성택 실각설'이 사실로 드러났다.

오는 17일 권력 승계 2년을 맞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장 부위원장 실각을 계기로 유일 지배체제 공고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7일 장 부위원장의 얼굴을 전부 지운 '위대한 동지 제1부 선군의 한길에서'라는 기록영화를 재방송했다. 당초 지난 10월 7일 이 영화가 첫 방송될 당시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리병철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관과 악수를 나눌 때 뒤쪽에서 손뼉을 치는 모습 등 장 부위원장이 수 차례 나타났지만 재방송에서는 몸의 일부만 등장할 뿐 얼굴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2인자' 장 부위원장의 실각설을 간접적으로 확인시키기 위해 이 같은 기록영화를 내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정은 체제 초기 후견인으로 그를 보좌했던 장 부위원장이 김정은 집권 2년 만에 실각했다는 것은 앞으로 김 제1위원장의 유일 지배체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보여준다. 이를 위한 권력구조 개편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장 부위원장이 권력의 2인자로서 자신과 가까운 인물을 요직에 포진시켰던 만큼 이들에 대한 '물빼기' 작업이 뒤를 이을 것으로 관측된다.

1990년대 중반 인민보안부가 6·25전쟁 간첩단을 재조사해 서관희 농업 담당 비서를 처형하는 등 심화조 사건 때도 수 천명의 간부들이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황장엽 망명 사건 때도 그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을 대거 경질하거나 지방으로 추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한 권력의 양대 핵심이었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