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사무실 앞에서 위안부 논란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문 후보자가 사용하는 창성동 별관은 별도의 브리핑룸이 없어 사무실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일반인의 인식과는 다른 차원"
- 사퇴 압박 공세 정면돌파 의지

- 여 "청문회 열어 소명기회 줘야"
- 야 "청문회 세우는 것조차 수치"
- 총리 후보 검증 대격돌 불 보듯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5일 식민 사관과 우편향 논란 등 자신의 사상과 역사 인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해명에 나선 것은 인사청문회에 앞서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승부수'로 보인다. 여야가 "소명 기회를 줘야 한다"와 "불가"로 팽팽히 맞서고 있어 청문회가 열리게 되면 '문창극 검증'을 놓고 여야가 격렬하게 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종교·직업적 특수성 활용, 반전 시도

그동안 '보도 참고자료' 형태의 서면 해명으로 대응해 오던 문 후보자는 이날 기자 회견을 자처했다. 자신을 겨냥한 여론의 비판과 야당의 거센 사퇴 공세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더는 우회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문 후보자는 교회 강연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일제 강점이나 남북분단, 6·25 전쟁 등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우리 삶의 모든 곳에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이라며 "이것은 일반 역사인식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나눈 역사의 종교적 인식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정적 여론을 특정 종교로 돌리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는 위안부 발언에 대해서는 "저는 세 딸의 아버지이다. 딸만을 둔 아빠이기 때문에 이 문제(위안부 문제)를 마치 제가 지금 당하고 있는 것처럼 가슴이 찔리고 아프다"며 "누구보다 더 참담하게 여기고 있다. 분개하고 있다"고 국민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칼럼에서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을 가한 것에 대해서도 "유족들과 국민께 불편한 감정을 갖게 해 드렸다면 송구스럽다"고 머리를 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은 모두 언론인 시절 언론인으로서 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여야, '문창극 검증' 격돌 예고

문 후보자가 적극적 해명으로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청문요청서를 당초 계획보다 하루 늦은 17일 국회에 제출한다. 야당은 '청문회 이전 자진 사퇴'를, 여당은 '청문회 개최를 통한 소명기회 부여'로 맞서고 있어 청문회 성사여부는 다소 불투명하다. 하지만 문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하지 않으면 법상 청문회는 열리기 때문에 여야는 '문창극 보호'와 '낙마'를 위한 청문회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자의 기독교적 관점에서의 발언이 상황적 맥락이 고려되지 않고 비판받는다고 판단해 청문특위에 기독교인을 일부 배치하고, 전투력 있는 의원들을 투입해 야당의 공세에 대비할 방침이다. 청문회 후 여론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의 대응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청문회 후 본회의 표결처리까지는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지만, 여론을 봐 가며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 총리 자격이 없는 인사라고 판단, 낙마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후보자는 매국적이고 천박한 역사 철학을 갖고 있으며, 민족의 자존과 정체성을 내팽개쳤다"며 "지체없이 사퇴해야 한다. 청문회를 열어서 무슨 말을 듣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이날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문 후보자를 인사청문회에 세우는 것은 국가적 수치"라고 말했다.

새정연 내 일부에서는 '청문회 보이콧'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여당이 청문회를 진행한다면 야당도 청문회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문회를 이용한 '문창극 공격'을 통해 대여 공세를 펼치는 것이 정국 주도권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경우 새정연은 '대여 저격수' 등을 총동원해 특위를 구성할 방침이다. 특위 위원장으로는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이 사실상 내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