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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철(가운데)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25조 등의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 소선거구제 개혁 주장도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헌법 불합치 결정함으로써 여야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내년 말이 개정 시한이지만 도시와 농촌, 지방과 수도권, 영남과 호남 등 해당 의원들 간 유불리가 뚜렷해 획정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행 소선거구제의 전면 개편에 대한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 헌재 결정 직후 가진 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개특위의 필요성이 생겼다"면서 "원내대표 간에 합의해 정개특위가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상의를 거친 브리핑을 통해 "정개특위를 하루빨리 구성해 선거구획정위를 조기에 가동하자"고 제안했다.
여야가 정개특위 조기 구성에 인식을 같이했지만 현재로선 논의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선거구별 해당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당장 헌재 결정대로 하면 새누리당 김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등 여당 지도부의 선거구가 모두 조정 대상이다.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영호남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새정연 소속 전남의 한 의원은 "호남의 경우 농촌·어촌·산촌이 많은데 그 지역 주민들의 복지 사각지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며 "나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새누리당 영남권의 한 3선 의원도 "역할 분담을 잘 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충청권 의원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제1당과 2당이 '공동의 위기'에 봉착하면서 여야 교섭단체가 막후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마음대로 선거구를 결정하는 것)을 통한 '나눠 먹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치해 선거구 획정에 정치권의 개입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현행 의원정수(300석)를 동결한 상태에서 여야 정치권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우려와 관련, 이번 헌법 소원을 주도했던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전면 조정은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헌법의 명령이자 국민의 명령"이라며 "현행 소선거구제는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결선투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10년 동안 선거구의 인구 상·하한선 간격을 점차 좁히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려왔다. 헌재는 1995년 12월 27일 당시에는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4 대 1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2001년 10월 25일 선거구 구역표에 대해서는 다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해 3 대 1로 기준을 낮추면서, "2 대1 기준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언급해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을 사실상 예고한 셈이다.
※헌법 불합치란
법 규정의 위헌성이 드러났지만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그날부터 해당 규정의 효력이 상실됨에 따라 생기는 법적 혼란을 막기 위해, 관련 법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해 주는 헌법재판소의 변형 결정의 하나다. 전면 위헌 결정을 내려 그 즉시 법적 효력을 정지시킬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자는 취지의 결정이다. 이 결정이 내려지면 국회와 행정부는 헌재가 제시한 기간에 해당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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