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패권장악 막으려 美 압력 거셀 듯
- 맞교환 가능성에 野 "패키지딜 안 돼"

한국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의 견제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역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기대해 온 한국이 AIIB 참여를 결정하면서 중국은 이를 지렛대 삼아 아시아 지역의 경제패권 장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러한 양국의 패권경쟁 속에서 한국은 국익을 극대화면서 양국 모두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국의 AIIB 가입 결정이 당장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사전에 외교채널을 통해 AIIB 가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로서도 '예견된 사안'으로 인식해 왔던 것이다. 미 국무부 제프 래스키 공보과장은 2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의 AIIB 참여에 대해 "각국의 결정사항"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 대신 "국제사회가 이미 구축해 놓은 높은 국제기준과 투명성을 충족하는 어떤 다자기구라도 환영하며 그런 점에서 AIIB가 국제사회의 이런 기준을 충족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의 입장을 존중하지만 여전히 중국 주도의 AIIB에 동맹국이 가입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가 가입 시기를 최대한 조절하며 '막차'를 탄 것도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탓이다. 다만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이미 가입을 발표했고 우리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호주도 가입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우리의 가입에 따른 대미 외교적 부담은 많이 낮아졌다.

문제는 이번 AIIB 가입을 계기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 편입의 일환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미국의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중이 대립하고 있는 AIIB에 대해 중국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이제는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에 선물을 줄 차례가 아니냐는 것이다.

일단 정부 당국자는 "사드와 AIIB는 별건"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미중 사이에 갇혀 있는 한국으로선 완전히 독립적으로 판단할 이슈는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정치권 특히 야당에서는 AIIB 가입이 사드 배치와 패키지 딜이 돼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중국이 주도한 AIIB에 가입을 전격 결정한 것이 미국이 요구하는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건 아닌지, 그래서 미국과 중국에 하나씩 줘서 균형을 맞추려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AIIB 참여는 환영하나, 사드 배치 문제가 AIIB 가입과 패키지 딜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며 "AIIB 가입을 사드와 묶는 일은 전혀 별개의 사안을 갖고 외교적 자충수를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정부의 AIIB 가입 결정과 관련, "잘 판단해서 한 것으로 본다"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