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치축제 예정없던 소개·축사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 해운대기장을 선거구는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는다. 분구 논의가 한창인데다 전·현직 의원·군수 간 얽힌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최근 이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 연출돼 지역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규석 기장군수와 지역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안경률 전 의원의 관계다. 이들은 국회의원 본선 및 경선에서 세 차례 맞대결을 벌였다.

지난 24일 기장군 대변항에서 열린 제19회 기장멸치축제 개막식 때의 일이다. 발단은 오 군수였다. 축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오 군수는 500여 명의 군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실 오늘 이 자리에 기장군 발전에 공헌을 하신 안 전 의원께서 와 계신다. 저의 이야기보다 이 분을 모시고 말씀을 들어보자"라며 안 전 의원을 연단으로 이끌었다.

오 군수의 제안으로, 예정에 없던 축사를 하게 된 안 전 의원은 연단에 올라 넙죽 큰절부터 올린 뒤 오 군수의 지역사랑에 대한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안 전 의원은 "3선 의원이자 새누리당 사무총장까지 역임했던 중진 정치인으로서 앞으로 지역과 국가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한때 경쟁자이기도 했던 오 군수가 넉넉한 품성을 보여줘 위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 군수 역시 "1998년 보궐선거부터 시작해 2000년 총선 등 수차례 정치적으로 대결을 벌이긴 했지만 안 전 의원은 지역의 선배님으로서 당연히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분이라는 생각으로 한 행동일 뿐"이라며 "특히 나 자신 낙선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분 심정을 헤아릴 수 있는 입장"이라고 화답했다.

더욱이 이날 행사에는 지역 현역 국회의원인 하태경 의원이 함께 있었다. 그런데도 오 군수가 안 전 의원을 먼저 챙기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지역 정가에서 갖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일부에선 "의도했든 아니든 오 군수는 이날 지역 선배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하 의원에 대한 견제구도 날리는 1석 2조 효과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