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노 지도부 책임론 확산
- "호남 민심에 더는 어필 못해"
- 文대표 체제 불안감 확산
- 계파갈등 땐 이탈인사 나올 듯
# 분열 틈새 파고드는 천정배
- "새정연과 페어플레이할 것"
- 사실상 총선 도전 선언
- "내년까지 복당할 일 없다"
4·29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에 격랑이 불어닥치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30일 "내가 부족해서 졌다"면서 책임을 통감하고, "길게 보면서 개혁과 통합을 위해 나아가겠다"고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내 호남·비노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호남발 야권 재편 촉각
당내 호남·비노계는 일단 '파국'을 피하기 위해 공개적인 반발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친노무현)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 부상은 시간문제인 듯하다. 특히 무소속 후보 천정배 의원에 '안방'까지 내준 호남의원들의 문 대표를 향한 성토는 점차 높아지면서 '친노'·'비노(비노무현)'의 대립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누군가 불을 지피면 '책임론'은 일파만파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책임론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호남발 야권 재편' 논의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특히 호남출신 의원들은 호남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표가 천 의원을 막아내는 데 실패하면서 자신들의 지역구 역시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을에서도 결과적으로 호남민심을 끌어안지 못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원들이 문 대표로는 호남민심에 어필할 수 없고, 내년 총선을 안심할 수 없게 됐다는 판단을 내리면 상황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문 대표 체제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증폭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계파 간 대립이 격화되면 호남을 중심으로 한 이탈인사가 발생할 수 있고, '천정배 세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문 대표를 필두로 한 '친노' 세력에 대한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많고, 기회가 온다면 정치적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의원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천정배 "뉴 디제이로 정권교체"
천 의원이 이 같은 틈새를 파고 들 기세다. 전날 당선 일성으로 '호남정치 복원'을 외쳤던 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까지는 광주에서 뉴디제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을 만한 인물)를 만들어 정권교체의 희망을 키우겠다"며 "그 세력으로 총선에서 기존의 새정치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이어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해 "광주 전역 8군데에서 (출마하도록) 해보고 싶다. 30곳에 후보를 내 (판세를) 뒤집어야겠다. 전남·북까지 시민의 실질적 선택권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천 의원은 "당까지 만들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되겠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좋은 인재를 모아서 확실한 비전도 제시하고 세력으로서 새정치연합과 페어플레이를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광주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를 염두에 둔 새로운 정치결사체의 추진 및 이를 바탕으로 한 내년 총선 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장기적으로 새정치연합에 복당도 생각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내년까지 그럴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면서도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는 야권 전체와 만나고 싶고 만나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민심에 야권 재편 좌우
천 의원의 이 같은 계산이 새정치연합에 비판적인 호남민심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할 경우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야권인사들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천 의원이 그정도 파괴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천 의원을 필두로 한 호남발 야권재편에 대한 전망이 힘을 얻고는 있지만 전국 규모의 신당창당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현시점에서 호남의 중심세력이 천 의원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줄지도 알 수 없고, 야권분열이라는 또 다른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천 의원이 독자적인 세력을 만들기보다 야권 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갈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