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무산된 28일 본회의장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이기택 대법관 인준도 불발
- 파행 책임싸고 서로 네탓 공방

여야가 28일 열기로 했던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정부 특수활동비에 대한 국회 심의 강화를 둘러싼 대립으로 무산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특수활동비 소위 설치를 본회의 개최 조건으로 내걸었다. 한 해 9000억 원에 달하는 정부와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불법 전용 등을 막기 위해 철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국정 수행 경비를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여여 원내수석부대표와 예결위 여야 간사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했지만 이견만 확인하며 본회의를 열지 못했다.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이달 말 종료하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 시한 연장 안건 처리가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다. 특히 이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장기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5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00일간 공전 끝에 여당 단독으로 처리된 전례가 있다. 국회법상 9월 1일 전까지 처리해야 하는 '2014 회계연도 결산안'도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본회의가 무산된 것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여야 간 합의한 일정이 있는데 새정치연합이 느닷없이 오전 10시에 연찬회를 한다고 본회의를 깨는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서 사법부의 공백을 없도록 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특수활동비는 국가정보원이 많이 차지하고 있는데 돈이 어디에, 얼마나 쓴다는 게 드러나면 활동의 방향이나 동선이 모두 파악된다"며 반대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여당이 소위 설치를 거부해 일정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여당 책임으로 돌렸다. 이 원내대표는 "오전 11시 이후에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원 원내대표는 갑자기 야당의 요구로 본회의가 일방 취소됐다는 발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야당 핵심 관계자는 "여당 지도부 다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관하는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통령이 오는 행사에 얼굴을 비치려고 협상을 거부한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여야는 오는 31일 본회의를 열어 불발된 안건의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