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연 "명백한 국가재정법 위반

- 예산심의 정상 일정 장담 못한다"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예비비 44억 원 사용을 이미 의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정화 관련 예산 삭감을 벼루던 야당으로서는 '무기'를 잃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내년도 예산안 심의 보이콧'도 고려 중이지만, 새누리당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받아쳤다.

20일 새정치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정부가 국회와 법절차를 무시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에서 "예비비가 의결된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친일미화' 교과서를 잘하라며 미국으로 출국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떠나기 전에 국정 교과서 시나리오를 완성해 놓고 국민과 국회를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예비비를 통해 예산심의·확정권을 짓밟았다. 그러면 국회는 존재 이유가 없고 당장 해산시켜야 한다"며 "이제라도 바로잡지 않으면 역사교과서는 이런 것을 반드시 독재로 기록한다는 점을 똑똑히 기억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이번 조치는 예비비 지출 관련 국가재정법 위반이자 행정예고 관련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박근혜 정부가 '밀실행정'으로 예산일정에 파행 빌미를 제공했으니 정상적 예산일정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국정화 예산 예비비 편성 공방은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도 '불똥'이 튀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에서 예비비 편성과 관련해 "예측하지 못한 수요가 발생했을 때 예비비를 편성할 수 있다"고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야당의 공세에도  "기재부 장관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적절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절차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철회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이날 기재위는 양측의 공방으로 파행 위기까지 갔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국정교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 100주년을 위한 것 아닌가. 박 전 대통령의 제사상에 올리려 국정교과서를 만드냐"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태흠 의원이 '제사상' 관련 발언에 대해 속기록 삭제를 요구하며 공방을 벌였으나 위원장의 중재로 더이상의 대립은 벌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