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선거를 막고 좋은 후보를 뽑기 위해 유권자의 청렴도 필요하다. 사진은 예전 선거에서 한 후보가 상대 후보의 금품 살포에 항의하기 위해 돈을 뿌린 모습. 국제신문DB

# 끊이지 않는 부정 선거

- 무료식사·금품제공·허위유포 등
- 19대 국회의원 22명 의원직 상실
- 최근엔 향응 받은 유권자 과태료

# 비리 뿌리 뽑을 수 있나

- '안주고 안받기' 이상적인 선거
- 유권자도 금품에 현혹되지 않고
- 정책·비전보고 참일꾼 뽑아야

고무신과 막걸리, 설탕, 돈 봉투, 식사, 관광….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지만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부정선거 메뉴다. 그런데 최근 경향이 달라졌다. 주는 사람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까지 처벌받는 조항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공짜 식사 자리에 한 번 참석했다가 무려 30배의 과태료를 낸 경우도 등장했다. 이제는 후보자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청렴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부정선거 여전히 존재

부산시선관위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선거(2012년)에서 고발 9건, 수사 의뢰 12건, 경고 70건 등 총 122건이 적발됐다. 이 중 새누리당 이재균(영도) 전 의원은 선거사무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 의원직을 상실했다. 전체적으로 19대 국회에서 22명의 의원이 선거법 위반이나 각종 비리에 연루돼 의원직을 잃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2012년)에서는 부산시선관위가 고발 16건, 수사의뢰 2건, 경고 14건 등 총 40건, 후보가 많았던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총 248건의 선거법 위반을 찾아내 조치했다. 위반 유형을 보면 여전히 무료 식사와 관광, 금품 제공 등 기부행위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비방 또는 허위 사실 유포도 적지 않았다.

2004년 공직선거법 261조에 과태료 및 포상금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후보뿐만 아니라 향응을 받은 유권자도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됐다. 261조는 100만 원 이하의 물품 또는 음식물을 받은 자는 10배 이상 50배 이하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4·29 인천 서구강화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A 후보 지지자 2명으로부터 116만 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받은 유권자 21명에게 1인당 7만9200원에서 최대 77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했다. 6600원짜리 소머리국밥을 먹은 유권자에게는 12배인 1인당 7만9200원, 음식과 술 등 4만5200원의 향응을 받은 유권자는 17배인 77만 원의 과태료를 내도록 했다.

■좋은 선량은 좋은 유권자에서

부정 선거를 뿌리 뽑는 것은 간단하다. 금품이나 향응을 주고받는 연결 고리만 차단하면 된다. 후보가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때 유권자가 거절하면 되고 반대로 유권자가 요구할 경우 후보가 응하지 않으면 된다.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에서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돈으로 선거판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남은 탓이다. 특히 후보의 정책이나 비전을 놓고 대결을 펼치기보다 여전히 조직 선거가 강세를 보여 부정 선거 시비는 올해 총선에서도 근절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선거를 여러 차례 치른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정책으로 대결하는 이상적인 선거를 치르고 싶지만 선거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조직을 동원해야 한다"며 "조직을 가동하려면 어쩔 수 없이 실탄(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깨끗하고 능력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현명해야 한다"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후보 대신 진짜 일꾼을 가려내는 것이 유권자의 의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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