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심이반에 여야 안갯속 정국
- '부산 정권' 향수 커지면서
- 특정후보에 힘 몰아줄 가능성
- 제2 김영삼, 노무현 꿈꾸며
- 잠룡들 본격 구애 경쟁 전망

유권자 수 295만2961명. 경기(1003만4919명)와 서울(842만3654명)에 이어 부산은 세 번째로 유권자 수가 많다. 그동안 새누리당의 아성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20대 총선을 통해 여야 경쟁 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하고 제1당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에 내준 데에는 수도권과 함께 부산의 민심 이반이 결정적이었다. 부산 민심은 차기 대권에서도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민심의 '추'는 여야 차기 대권 주자들의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 승부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7일 부산 앞바다 화물선 좌초 현장을 찾아 방재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 다음날인 지난 14일 오전 서울 자택에서 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가 17일 오후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찾아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판'에 차기 대선 결판

2012년 12월 18대 대선.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통합민주당 후보로 나선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에게 3.53%포인트차로 신승했다. 표차는 108만496표. 박 대통령의 승리는 사실상 '텃밭'으로 여겨온 부산에서의 전폭적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부산에서 문 전 대표에게 19.95%포인트, 44만1648표차로 낙승했다. 수도권에서 박빙이었던 박 대통령과 문 전 대표의 승부는 부산에서 결판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예상됐던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선에 앞서 열린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8개 지역 중 16석을 장악했고, 통합민주당은 불과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차기 대선에서 부산 민심의 향배는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동성이 커졌다. 더민주는 이번 총선에서 문 전 대표가 불출마하고 조경태 의원이 새누리당에 입당했는데도 5곳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국민의당' 효과가 반영된 야권의 외연도 대폭 확장됐다. 야권(더민주+국민의당)의 비례득표율은 46.97%로 새누리당(41.22%)을 능가했다. 여야 1 대 1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대선의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범친박(친박근혜)계와 범친노(친노무현)계로 대표되는 여야 주력 세력들도 이번 총선에서 대거 당선돼 균형을 맞췄다. 새누리당 당선인 12명 중 8명이 친박계다. 더민주 당선인 5명 중에서도 김영춘(부산진갑) 당선인을 제외한 4명이 범친노계다. 이들은 정권 재창출과 탈환을 위해 부산 전쟁의 최선봉에 설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선택' 주목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1년8개월. 현재까지 부산은 누구에게도 힘을 몰아주지 않았다. 남은 기간 여야 잠룡들이 '제2의 김영삼' '제2의 노무현'이 되기 위해 부산에 대한 구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산 민심은 차기 대선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특정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할 가능성이 크다. 날이 갈수록 '제2도시 위상'이 약화되면서 '부산 정권'에 대한 향수가 더욱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대선 경쟁이 '부산 대 대구'의 대결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의 배경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더민주의 김부겸 당선인이 '대구 잠룡'으로 떠오르면 부산 주자들과 대권을 놓고 격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치명상을 입긴 했지만 여전히 김무성 전 대표가 대선 가도에서 가장 앞서 있다. 다만, 20대 총선에서 부산 패배의 책임론 극복과 약화된 세력을 재건하는 것이 재기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의 부산 구도는 더욱 복잡하다.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경쟁은 필연이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의 부산 승리로 일단 한 발 앞섰다. 하지만 호남에서 반대론이 강한 데다 이번 부산 승리는 후보들의 역량에 기인한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이번 총선에서 안 대표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안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부산 홀대'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지역 후보군이 부산 정권 창출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부산 민심은 다른 지역 출신 후보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