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권자와 소통 5년 만에 성과
- 지역주의 청산 일정부분 통해

- 공존 토대 만드는 게 생활정치
- 당권·대권 도전은 인생 거는 일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31년 만에 정통 야당 깃발을 들고 금배지를 단 더불어민주당 김부겸(수성갑) 20대 국회의원 당선인은 "지금처럼 야권이 찢어진 상태로는 내년 대선에서 필패"라며 야권 연대를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25일 국제 부울경아카데미 강연에 앞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대구 수성갑) 20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지난 25일 롯데호텔부산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김 당선인은 자신의 대권·당권 도전에 관해선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도 "내 역할이나 몫이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부산 5명 당선 등 이번 영남권 총선에서 더민주가 큰일을 해냈다.

▶우리는 살아남는 게 절박했고 동질감이 있다. 진심을 전하는 데 길게는 12년이 걸렸다. 그래서 영남권 당선인 모두 아직 세력이라고 하기까지는 성급하지만, 분명 당내에서 국민이 가장 듣고 싶은 얘기를 정직하게 말하는 집단이 될 것이다. 이 목소리가 당의 정책이 될 수도, 그때그때 현안에 대한 당의 태도가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선거 전 "총선 이후 야당 재편 과정에서 내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두 야당(더민주, 국민의당)으로 대선에 나서면 결론이 뻔하다. 이길 수 없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모두 중간에 그만둘 분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다. 결국은 (야권연대를) 토론하게 될 것이다. 모든 야권 세력을 어떻게든 무대 위에 같이 섞어낼 기회를 만들겠다.

-대구에선 "김부겸과 저녁에 소주 한잔 해봤나"는 말이 유행한다던데.

▶유권자와 소통하려고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그러니 하루에 전화가 수십 통씩 왔다. 새벽에 "술값 좀 내고 가라"는 사람,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는데 빼 달라"는 사람 등 다양한 전화가 왔다. (3선 의원을 지낸 경기 군포에서 지역주의를 깨려고) 대구로 내려온 지 5년이 됐는데, 생각보단 대구시민께서 일찍 마음을 열어주셨다.

-지역주의 타파보다는 오로지 '3수, 4수생' 후보들의 개인기로 야당이 선전했다는 지적도 있다.

▶근본적으로 대구와 부산의 유권자들이 많이 지쳤다. 서민경제가 어렵다. 희망이 안 보인다. "언제까지 전라도당, 경상도당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나. 이건 잘못됐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지역주의 정치가 완전히 깨진 건 아니지만, (이젠 깨야 한다는 데) 유권자들이 일정 부분 동의해주신 것 같다.

-더민주 영남권 당선인들이 당선을 위해 너무 지역에만 밀착하고 야당의 선명성, 정체성을 버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나는 2014년 대구시장 선거 때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플래카드에 붙이고, 박정희 컨벤션센터 건립을 공약했다. 대구의 자부심을 인정해줄 테니, 대구도 광주의 민주화 정신을 받아들여 달라는 뜻이었다. 여야 선명성 대결이 우선인가, 공존의 토대를 만드는 게 우선인가. 공동체의 문제를 누가 더 잘 풀 수 있는가로 경쟁해야 한다. 그게 생활정치, 민생정치 아닌가.

-일약 당권·대권 주자로 부상했다. 결심을 했나.

▶당권·대권에 도전하려면 내 인생을 걸어야 한다. 충분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제 겨우 대구를 돌파했다고 교만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여러 의견을 듣고, 토론하다 보면 거기서 내 역할이나 몫이 나오지 않겠나. 우선은 '나와 우리 당은 맞고, 상대와 상대 당은 틀렸다'는 잘못된 정치 풍토부터 바꾸고 싶다.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