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전날 야당 주도로 국회가 처리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야권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는 25일 박 대통령이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장관에게 직무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은 모두 해소됐으며 ▷새누리당에서 이번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요청한 점 등을 감안해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회는 전날 새벽 본회의에서 야 3당과 무소속 의원들만 참여한 가운데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의원 160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나라가 위기에 놓인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고 수용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국회의 장관 해임건의안에 따라 임철호 농림부 장관(1955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1969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197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 등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통령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가 된다.

새누리당은 "야당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폭거"라며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야권은 "지금은 유신시대가 아니다"며 해임건의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1955년 최초의 국무위원 불신임안이 가결된 이래 청와대가 국회 뜻을 받아들이지 않은 적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