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연설문에 개입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그간 '유체이탈 화법'으로 불리며 다소 이해나 납득이 어렵다고 평가받던 박 대통령의 대외 발언은 '샤머니즘 화법', '샤머니즘 어록'이라는 별칭도 얻게 됐다.

■유체이탈 화법의 끝을 보여준 메르스 발언

유체이탈 화법은 정부 수장이자 박 대통령이 간혹 스스로 마련해야 할 대책을 마치 정부를 향해 촉구하는 듯한 태도를 보일 때를 일컫는다.

지난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창궐로 국민이 불안을 느낄 때,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나서야 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2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국민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이에 대해 정부는 대처방안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인 바 있다.

이처럼 정부 수장으로 책임 주체인 대통령 스스로가 마치 남의 일인 양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한 것을 두고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이 뜨거웠다.

■샤먼니즘 화법... 종교적 영향?

샤머니즘 화법은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 사이에 '종교적 교감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생겨난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3년 광복절 연설문에서 나온다.

이때 박 대통령은 "고려 말의 대학자 이암 선생은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고 하셨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환단고기〉의 한 대목인데 이 서적은 '남여평등' 등 내용상 근현대적인 표현들이 섞여 있어 대개의 학자들이 위서로 받아들이고 있는 책이라는 점이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쳐준다는 것이 아직 입증되지 않은 '의혹'으로 있던 시절부터 이 유사 역사학적 발언은 누군가의 개입 흔적이며, 그 개입 주체는 최 씨일 것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또 한 번 '연설문 개입설'이 강하게 제기된 것은 올해 광복절 연설에서였다.

박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를 언급하며 안 의사의 순국 장소를 뤼순이 아닌 '하얼빈'이라고 말해 또 한번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를 두고 이전 정권에서 연설문을 담당한 강원국 전 청와대 비서관은 "주요 연설문은 발표 전 독회가 10여 차례 열려 기본 사실 관계가 어긋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누군가 연설 직전에 다급하게 그 문구를 집어넣은 것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등 다소 '주술적'인 표현을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