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이 맡긴 역할 질문에
- "정확하진 않지만 동의하셨다"
- 모든 사안 여야와 협의한다며
- 두루뭉술한 주관·생각만 밝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3일 총리 수락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 내용을 실현하기 힘든 자신의 '생각'으로 채웠다.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지명에 따른 '불통 인사'가 다시 불거지면서 국민의 공분이 더욱 거세지고 있지만 이를 해소할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눈물'로써 총리직 수행 의지를 밝혔음에도 결국, 자신의 권력욕만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날 김 내정자가 밝힌 총리의 역할과 사태 수습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곳곳에서 논리적인 비약이 두드러졌다. 그는 이날 자신이 임명되면 실질적인 책임총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경제·사회 분야를 맡겨 달라'는 것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확한 표현은 생각이 안 나지만 동의하셨다고 생각한다"고 주관적 견해를 밝히는 데 그쳤다.

또 김 내정자는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에 대해서도 "대통령 권력과 보좌체계의 문제, 국정 운영 전반에 걸친 메커니즘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과 직접 맞닿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앞에서 김 내정자가 사태를 지나치게 일반화한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그가 사태 수습 방안으로 밝힌 국회와 시민사회로부터의 '동력' 확보 방안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 그는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하겠다"며 "상설적 협의기구와 협의 채널을 만들어 여야 모두로부터 국정 동력을 공급받겠다. 그 과정에서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사회와의 소통도 강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총리실 조직과 기능을 개편하는 것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내정자가 사태 수습의 선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졌음에도 박 대통령의 독선적인 국정 운영 방식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게 이번 김 내정자 지명에 대해 야권과 시민사회가 공분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한 채 지명을 강행한 총리가 아니냐. 그 자체가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니 나머지는 더 언급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김 내정자 지명 철회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김 내정자가 애써 자신의 인선 경위를 설명하는 모습은 오로지 대통령을 위한 국면 전환용으로 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 내정자가 야권의 반발과 관련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겠으며, 그런데도 받아주지 않으면 수용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손 대변인은 "야 3당이 인사청문회 절차 거부 입장을 밝혔으므로 김 내정자가 스스로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만이 국회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병준 총리지명자 주요 일문일답 내용

Q: 대통령과 생각 공유한 총리 권한 범위 어디까지인가.

A: 경제·사회 정책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부분은 저에게 맡겨주시라고 했다. 임명 제청권·해임 요구권 등 총리 지휘권 행사할 수 있도록 해석하고 있다.

Q: 야당이 반대하고 있고 청문회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A: 국정이 단 하루도 멈춰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할 수 있을것이다. 그러고도 받아주시지 않는다면 군말없이 수용하겠다.

Q: 수락 결단까지 어려웠을텐데 어떤 식으로 사태수습 할지.

A: 국가에 대한 걱정 많았다. 대통령께서 저와 정책적으로 다른 부분 상당히 많았다. 제 소신을 포기할 의사는 없지만, 한편으론 저렇게 볼 수 있겠다 싶어 수락했다.

Q: 총리 지명 수락이 노무현 정신에 부합하는지 의구심 든다.

A: 부합한다. 노무현 정신은 이쪽저쪽 가리는 게 아니라 국가를 걱정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큰 본질은 대통령의 권력과 보좌체계의 문제에 있다고 본다.

Q: 개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A: 국민과 국회가 주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은 있을 수 없지 않겠냐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임기중 추진도 국회와 여야가 결정해야 할 문제다.

박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