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구 5곳 공석…1곳만 선임
- 바른정당, 13곳 중 3곳만 인선

- 보수결집 여론에 양당 재결합땐
- 유력·중량급 인사와 경쟁 부담
- '교통정리' 토사구팽 신세 전락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정당들의 당협위원장 공모 등 조직 정비가 사실상 전면 중단 상황에 놓였다. 앞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 '합당 우려' 때문이다.

8일 한국당 부산시당에 따르면 지난 1월 김무성 이진복 김세연 장제원 하태경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 5명이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겨 공석이 된 지역구 5곳의 당협위원장 자리 중 동래 김호기 위원장만 선임했다. 바른정당 역시 최근 지역구 13곳의 당협위원장 공모를 한 결과, 이성권 전 의원(부산진을), 곽규택 변호사(서동) 조전혁 전 의원(사하갑) 등 3곳의 당협위원장만 인선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캠프에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 등 지역 인사가 합류하는 등 민주당으로 향하는 인사가 잇따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보수 정당의 당협위원장 공모가 부진한 것은 두 정당의 합당에 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지역 정가는 분석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의원들과 지역 정가는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양 당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재결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시의원은 "탄핵소추안이 인용되면 보수 정당의 결집 여론이 증폭됨에 따라, 기각되더라도 보수 지지층의 여론에 떼밀려 두 당은 통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당이 통합되면 부산지역 18개 지역구 당협위원장의 '교통 정리'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한국당의 당협위원장에 새로 선임된 인사들은 바른정당에서 되돌아올 현역 국회의원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특히 김세연 의원(금정)은 지역의 지지층이 두터워 왠만한 중량급 인사라도 버거운 게 사실이다. 김무성 의원(중영도) 역시 당 대표 출신으로, 무게감이 있는 데다 앞으로 정치 행보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경쟁자들의 '눈치보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 시당 관계자는 "당협위원장 공모에 지원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유력 인사의 지원은 드물다. 합당에 대한 우려감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른정당은 더 답답한 상황이다. 탄핵심판 선고 이후에는 현재 지지율이 더 높은 한국당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바른정당의 당협위원장에 선임돼도 한국당의 현역 의원, 기존 당협위원장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 중량급 인사의 지원이 적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바른정당은 이번 당협위원장 공모 때 어느 지역구에 몇 명이 지원했는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영향력 있는 지원자가 적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차기 총선까지 시일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인사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