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진상조사·4대강 복원
- 최저임금·朴 정부 언론탄압 등
- 문 대통령 직접 강도높은 주문
- 조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 대통령 권한 최대 활용 일처리
- 국민 불안감 최소화 시나리오
여소야대 국면에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통령 업무지시라는 형태를 활용해 속도감 있는 개혁 조처를 잇달아 단행했다. 각 정부 부처 조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권한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책부터 추진함으로써 공식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이겠다는 것이다.
'집권 100일 플랜'을 위해 작성된 보고서 중 문 대통령의 업무 지시와 가장 많이 일치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선대위 기구였던 국민의나라위원회(위원장 박병석 의원)와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함께 만든 '신정부의 국정 환경과 국정 운영 방향'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새 정부의 핵심 과제로 ▷안정적인 국회 관계와 당·정·청 협력 모델 구축 ▷불가피한 과도기적 정부 상황 대비 ▷준비된 국정 역량으로 외교·경제 현안 신속 대응 등을 제시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외교 현안 대응을 위해 한반도 4강과 유럽 등에 특사를 보내고 대북 정책과 외교안보·경제 현안 등에 대한 새 정부의 구상을 알리고 협력을 강화했다. 지난 19일 문 대통령이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고 협치의 물꼬를 튼 것도 보고서의 제안과 일치한다.
■ 촛불민심 담은 10대 과제
보고서는 새 정부가 촛불민심의 요구 사항을 정권의 개혁 에너지, 기회 요인으로 삼아야 한다며 촛불 개혁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그중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자 인정 건은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스승의날에 순직자 인정을 처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해결됐다. 이 밖에 ▷세월호 선체조사위 인력·재정 추가 지원 ▷4대강 복원 대책기구 구성 지시 ▷교원노조 재합법화 선언 ▷최저임금 공약 준수 의지 천명과 근로감독 강화 시행 지시 ▷개성공단 입주업체 긴급 지원 지시 ▷박근혜 정부 언론 탄압 진상조사 착수 ▷국정원 국내 정치 개입 금지 선언 등의 과제도 제시됐다.
이 중 문 대통령은 조국 민정수석에게 세월호 참사 관련 진상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금지와 관련해서는 지난 19일 5당 원내대표 회동 당시 "국회 차원의 협의가 이뤄지기 이전이라도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22일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전교조 합법화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재수사, 노동개악 4대 행정지침 폐기, 개성공단 입주업체 긴급 지원 지시 등으로 이들 과제가 순차적으로 집행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은 이날 "정부 출범 이후 전교조 합법화에 대해 한 번도 논의한 적이 없다"며 이 보고서가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 5대 핵심 가치·국정 목표
이 보고서는 또 5대 핵심 가치와 5대 국정 목표를 제시하며 '정의로운 나라, 국민통합 시대'를 핵심 비전으로 삼았다. 자율과 책임, 공정, 포용, 평화 등 5대 가치 아래에 ▷더 많은 민주주의 ▷더 좋은 시장경제 ▷차별 없는 공동체 ▷활기찬 분권 발전 ▷당당한 국제 협력 등의 국정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추진해야 할 권력기관 개혁, 투명한 정부 구현, 일자리 정부 등 세부적인 국정 과제를 제안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보고서는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도록 내각 인선 과정에서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집권 초기 소통에 관한 철학도 부각하라고 주문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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