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병사에서 외인사과 된 것과 관련해 '지록위마'라 평하며 앵커 브리핑을 전했다.

(사진=JTBC)

손앵커는 "'지록위마'. 사람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사자성어. 한 때는 낯설었으나 이제는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행처럼 사용됐다. 흑백이 뒤바뀌고 진실이 숨겨진다는 그 말은 지난 2014년 말에 그해의 사자성어로 꼽힌 뒤에 앵커 브리핑에만 두 번 등장했다. 세상은 그렇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어 "그리고 오늘 병사가 아닌 외인사. 사망진단은 주치의의 권한이라며 불가역을 이야기하던 병원 측은 그가 사망한지 아홉달이 지나서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야 오래된 사망 진단서를 고치겠다고 했다. 경찰의 직사 물대포를 온몸으로 맞은 뒤에 중태에 빠졌던 농민"이라며 백남기 농민 사태로 자연스레 주제를 넘겼다.

손 앵커는 "아무리 눈을 비비고 쳐다봐도 사슴은 말이 될 수 없었다. 그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그건 사슴이라고 했어도 그들은 사슴이 아니라 말이라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돌아보면 지록위마. 권력의 입맛에 맞는 답변을 눈치있게 내놓은 것은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다루는 병원의 일만은 아니었다. '사대강 사업은 환경을 개선하고 물부족을 해결할 것이다', '정치 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 '공문서 위조는 했지만 간첩조작은 아니다', '36조원을 날린 게 아니라 10년 후에는 회수율 100%를 넘을 것이다' 넘쳐났던 말들은 이제 다시 사슴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라며 권력의 눈치만 보던 이들의 행태를 읊었다.

그는는 "며칠 전 전남 보성군의 농민들은 주인없는 밀밭에서 황금빛으로 물든 우리 밀을 수확했다. 밭의 주인은 고 백남기. 주인은 세상을 경났지만 그를 보낼 수 없었던 사람들은 빈 밭에 파종을 하고 정성껏 땅을 일구어서 풍성한 수확을 냈다. 그렇게 밀밭에서 광장에서 진실을 지키고 실천했던 사람들 때문에 말은 말이 되고 사슴은 사슴이 되는 풍경"이라며 백남기 농민을 기억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