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靑, 흠결 알고도 지명 강행
- 강경화 이어 또 부실검증 논란
- 여론 부담…스스로 물러나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혼인신고 서류 조작' 등이 드러나 거센 역풍을 받자 결국, 자진해서 사퇴했다. 지난 11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5일 만으로, 현 정부 장관 후보자 중 첫 낙마라는 오명을 남겼다.

안 후보자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국정 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법무부 장관 청문 후보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비록 물러나지만 검찰 개혁과 법무부의 탈검사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 나를 밟고 검찰 개혁의 길에 나아가 달라. 새로 태어난 민주정부의 밖에서 남은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가 낙마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안 후보자는 27세이던 1975년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가 법원에서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러나 청와대가 처음부터 안 후보자의 이런 사실 자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정황도 확인돼 청와대 인사·민정수석이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안 후보자는 앞서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혼인신고 무효소송, 아들의 고교 퇴학 징계 경감, 왜곡된 여성관 논란 등에 대해 사죄와 해명을 하면서도 법무부 장관직 수행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안 후보자는 청와대가 혼인신고 서류 논란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로부터 일주일 전 질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지난 9일 전후로 청와대의 질의를 받았다는 것인데, 청와대는 지난 11일 안 후보자에 대한 장관 지명을 발표했다. 청와대가 뒤늦게 혼인신고 서류조작 문제를 파악한 뒤 본인으로부터 확인 절차를 거쳤고, 이 같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장관 인선을 그대로 밀어붙인 것이다.

안 후보자는 2006년 국가인권위원장 취임 전 검증에서 이를 해명한 적이 있으므로 이번에도 당시 검증 내용을 청와대가 이미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 인사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에 있다. 청와대 민정·인사수석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날을 세웠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