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국민적 합의 도출 명분
- 찬반 논쟁 조기에 매듭짓고
- 에너지 수급·건설 손실 고려
- 정치·사회적 부담 최소화
- 배심원단 구성이 운명 좌우

정부는 27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해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공약을 놓고 찬반양론이 팽팽한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공론화위원회를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결정을 놓고도 찬반으로 입장이 갈리고 있어 최종 결정까지 치열한 논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 신고리5·6호기 안전대책설명회 모습. 오른쪽은 27일 고리원자력본부 앞에서 해운대구의회 의원들이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국제신문DB

■ 정부 "사회적 합의로 결정"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공약과 관련해 정부가 이날 제시한 해법은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모은 뒤 시민배심원단이 최종적으로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최근 '사회적 합의 도출'을 언급한 뒤 나온 정부의 해법이다.

정부가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 것은 건설 중단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조기에 매듭짓지 않을 경우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갈등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대체에너지를 공급할 대비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 전력 부족과 전기료 인상 등의 후폭풍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원전 건설이 이미 상당 부분 진척돼 2조 원대의 비용 손실이 발생하고, 해당 지역인 울산시 울주군에서는 건설 중단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점도 정부로서는 무조건 공약 이행을 밀어붙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 스스로 탈원전 정책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공약 파기에 따른 비판 여론도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부산 울산권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원전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전문가와 시민이 원전 건설 중단에 대한 공론화를 거쳐 직접 최종 결정을 내리게 함으로써 정치적·사회적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 시민배심원단 구성 주목

신고리5·6호기 건설을 계속할지, 중단할지는 결국, 시민배심원단에서 결론 난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할 시민배심원단의 구성에 눈길이 쏠린다. 아직 시민배심원단의 규모나 의사결정 방식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총리실이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 구성 관련 규정을 마련할 예정인데, 해외 사례를 보면 배심원단은 100명 안팎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시민배심원단 구성 단계에서부터 찬반 양측 간 갈등이 지속되면 3개월이라는 애초 시한이 지켜지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손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