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승 대법원장 지명 반대성명
- 헌정 최초로 국회 부결 이끌어내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부산고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개혁과 동시에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같은 호남 출신인 박상기(65)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대대적인 검찰 개혁을 단행하려면 문 후보자가 먼저 조직을 강력하게 장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2015년 7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제공 의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 특수통…과학수사 기틀 다져

광주제일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문 후보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장을 거친 특별수사통이다. 2007년 중수1과장 당시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수사에 참여했다. 2014년 말∼2015년 초 서울서부지검장 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대전지검장 재임 때인 2015년에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기소했다. 문 후보자가 이끈 특별수사팀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홍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해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선고를 받아냈다. 반면 지난 2월 항소심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문 후보자는 2004년 대검 중수부 산하 특별수사지원과장과 이듬해 과학수사2과장을 맡아 검찰의 증거 중심 과학수사의 기반을 닦았다. 휴대전화 데이터 복원 기술 '디지털 포렌식 수사 기법'을 도입하고 회계사도 대거 채용해 회계분석 수사의 기틀을 다졌다.

현재 디지털 포렌식 수사 기법은 검찰 수사에 기본이 되고 있다. 부산지검의 고위 간부는 "(문 후보자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치밀한 수사를 한다"며 "대형 부패범죄 수사라는 기본적 소명과 검찰 쇄신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동시에 수행할 성품"이라고 평했다.

■ '정기승 전 대법관'과 '지존파'

문 후보자의 이력을 소개하는 데 '정기승 전 대법관'과 '지존파'도 빼놓을 수 없다. 1988년 사법연수원생 185명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정기승 대법관을 대법원장으로 지명하자 연대 서명과 함께 '사법부 독립에 관한 우리의 견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예비 법조인들이 사법권력의 정점인 대법원장 인선을 반대하면서 "정기승 후보자는 사법부에 대한 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고 나선 것이었다.

결국 정 후보자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은 국회에서 부결됐다. 당시 문형배(53) 현 부산가정법원장과 이재명(53) 현 성남시장이 문 후보자와 함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자는 '지존파 사건'으로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3년 차 평검사로 근무하던 문 후보자는 교통사고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게 됐다. 당시 경찰은 내사 종결하려고 했다. 문 후보자는 '운전자의 거주지가 성남인데 왜 이 산골까지 왔을까'하는 기초적인 의문에서 시작해 치밀하게 탐문했다. 수사 지휘도 모자라 직접 시신 부검과 사고 현장을 찾았다. 그 결과 추락 사고를 위장한 살인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1994년 '지존파 사건'의 시작이었다. 당시 문 후보자의 수사지휘와 수사기법은 검찰 수사 교본에 실렸고, 후배 검사들은 수사 지휘의 '바이블'이라고 평가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