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당 “코리아 패싱 자초 우려”
- 국민의당 “햇볕정책 일부 수정”
- 야 3당 ‘베를린 구상’ 폐기 압박
- 與 대화론·사드 기존입장 고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보수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폐기 등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맞서 베를린 구상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안보정국이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임시 배치 결정 등은 북한 압박과 한미동맹 차원에서 적절하고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에서 밝힌 ‘어떤 경우에도 북한과 대화한다’는 원칙과 사드 배치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한다. 매미처럼 한 철 살고 마는 게 아니므로 한미동맹 차원의 강력한 국방 체계를 구축하고 제재·압박을 하면서도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6일 내놓은 ‘베를린 구상’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뜻을 담고 있는데, 야권은 북한의 잇따른 ICBM급 도발을 계기로 이를 폐기하라고 압박했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해 강대국들이 당사자인 한국과 논의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거론하며 정부에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을 요구했다.

한국당 소속의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코리아 패싱이 초래될 수 있다. ICBM급 도발로 근본적인 판이 바뀌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용기 원내대변인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대응과 관련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2분간 통화했다. 또 아베 총리는 우리 외교부를 통해 정상 간 통화를 요청했다”며 “하지만 정작 문 대통령은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나서지 않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코리아 패싱’을 자초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 소속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도 한미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북 압박과 제재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대화를 우선시하는 대북정책을 믿어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햇볕정책 3.0’을 거론하며 대북정책 방향을 일부 수정할 의사를 밝혔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방송에서 “햇볕정책을 없애는 건 아니고 일부 수정하는 ‘햇볕정책 3.0’이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햇볕정책 3.0’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대화 일변도 정책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옥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