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을 초청한 오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지난 12·28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해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됐다.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국빈만찬에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초청한 바 있는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만 단독으로 청와대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저희 어머니가 91세이신데 대통령이 된 뒤로 거의 뵙지 못하고 있다. 오늘 할머니들을 뵈니 꼭 제 어머니를 뵙는 마음”이라며 “할머니들을 전체적으로 청와대에 모시는 게 꿈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한자리에 모시게 돼 기쁘다. 국가가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봐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찬 이후 김정숙 여사는 할머니들을 위해 준비한 목도리를 직접 매줬는데, 이 목도리는 아시아 빈곤 여성들이 생산한 의류와 생활용품을 공정하게 거래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 제품이다. 

할머니들은 청와대 비서실이 제공한 의전 차량을 타고 나눔의 집에서 청와대로 이동했으며, 할머니들의 건강 문제를 고려해 이동 중에는 앰블런스도 배차했다. 이날 오찬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외에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공동대표, 정의기억재단 지은희 이사장,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한 자리에서 “지난 정부의 합의가 잘못됐고,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 과거 정부가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도 사실이니 양국관계 속에서 풀어가야 하는 게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가 건강 상태가 나빠져 입원해 이날 청와대 오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사실을 전해듣고는 김 할머니 문병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