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사단 성과에 촉각
- 남북교류 등 다양한 의제 논의
- 트럼프 포함한 3자 회담 제안 등
- 문 대통령 통큰 구상 전달한 듯
# 김정은의 파격행보
- 김영철 등 대남라인 실세 총출동
- 올림픽 이후 남북대화 이어갈 듯
- 대동강변 휴양시설에 숙소 배정
5일 오후 북한의 평양에 도착, 1박2일의 방북 일정에 들어간 문재인 대통령 대북특별사절단이 어떤 성과를 거두고 돌아올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들고 간 문 대통령의 친서가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겠지만, 대북특사단이 논의할 의제의 범위는 북미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한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를 출발점으로 하는 남북관계 개선 등 상당히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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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특사단이 5일 오후 특별기편으로 평양 공항에 도착, 리선권(왼쪽부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오른쪽부터 대북특사단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청와대 제공 |
■ ‘도착’ 3시간 만에 김정은 면담
대북특사단이 방북하자마자 3시간 만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방북한 특사단을 일정 마지막 날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마저도 면담 여부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 확답을 주지 않았다.
2007년 8월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일정 조율차 방북했을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는 일정 둘째 날 만났다. 2005년 6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6·15정상회담 5주년 기념행사에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했을 때 3박4일간 일정의 맨 마지막 날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대북특사단이 탄 특별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것은 5일 오후 2시50분.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은 도착 3시간 만인 오후 6시에 시작됐다. 특사단 방북 결과도 긍정적이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방북 첫날 북한의 대남라인이 총출동, 특사단을 맞이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특사단은 기내에서 리현 통일전선부(통전부) 실장의 영접을 받았고, 공항에서는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과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의 환영을 받았다. 또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서는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전부장이 맞았다. 모두 북한 대남라인의 실세들이다.
■ 비핵화 의제, 어떤 답 얻어낼까
이번 특사단 방북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비핵화’ 의제를 특사단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서 답을 받아오느냐이다. 지난 1월 9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비핵화 언급에 강한 불만을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비핵화와 관련한 제안을 직접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사단은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동시에 북한이 핵·미사일 포기에 나설 경우 체제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평화체제 구축과 국제사회 지원 등을 통해 고립 구도에서 벗어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7월 6일 문 대통령이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제시한 ‘베를린 평화구상’의 핵심 내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의 ‘통 큰’ 해결을 위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제안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무 단위의 ‘탐색적 대화’보다는 정상 차원에서 대화하고 서로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언론인클럽 만찬 석상에서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100% 농담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특사단 방북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남북 대화 분위기가 여러 분야에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특사 답방 및 분야별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겨레말큰사전 등 민족 동질성 회복사업, 보건·의료, 산림, 종교, 체육 등 남북 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는 어떤 곳
우리 측 특사단이 숙소로 사용한 고방산 초대소는 평양 대동강변에 있는 고급 휴양시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대북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고위 당국자들이 모두 백화원 영빈관을 숙소로 이용했으므로 이번에도 이곳이 숙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던 게 사실.
고방산 초대소는 평양 대동강변 고방산 언덕에 있는 흰색 외벽에 지상 3층, 지하 1층 건물로, 2013년 방북한 에릭 슈밋 당시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묵었던 곳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와 미국 주간지 뉴요커의 에반 오스노스 기자도 지난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평양 외곽의 고방산 초대소에서 숙박했다고 방문기를 통해 밝혔다. 앞서 2002년 6월에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방북단 20여 명도 고방산 초대소에서 묵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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