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 가시화
- 17개월 연속 수출 증가 등 성과
- 소득주도성장,일자리 창출 실패
-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 타격

10일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 2년 차에 접어든다. 한국 경제는 지난 1년간 성장률 3%대 회복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청년실업과 경제지표 둔화는 경제성장의 질적 측면에서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적잖음을 보여줬다.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해 우리 경제는 3.1% 성장, 17개월 연속 수출 증가, 신설 기업 월 1만 개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올해 1분기 성장률도 전분기 대비 1.1%로 양호한 성적을 보임에 따라 3%대 성장 경로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06년 2만 달러를 넘어선 이래 12년 만에 3만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거시경제지표 면에서 선방했지만 일자리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운영을 하는 입장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고용”이라며 “올해 1분기 생산가능인구 감소세가 가시화되면서 고용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용지표를 살펴보면 일자리 정부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청년 실업률, 취업자 수 증가 폭 등 주요 지표가 문재인 정부 들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개월 연속(2, 3월) 10만 명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 폭이 31만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정부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18조285억 원의 예산을 일자리사업에 쏟아부었고 올해는 그보다 12.6% 늘어난 19조2312억 원을 편성했지만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살펴보면 현실과 거리감이 존재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비용 악화를 유발시켜 고용과 노동시장에 불안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6.4% 인상해 17년 만에 최대 폭으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른 취약계층 소득 개선 등으로 지난해 4분기 가계 실질소득은 9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악화 일로였던 분배지표도 8분기 만에 개선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18만 개 넘게 줄었고 ‘서민 자영업’으로 꼽히는 숙박·음식업의 고용 감소 폭이 약 2만 명 확대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 부진이 심해졌고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용지표와 수출지표가 부진하고 설비와 건설투자도 악화돼 경제정책에 우선순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