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 미사일 위협에도 대화 고수
- 文 ‘한반도 운전자론’ 조롱 받다
- 남북정상회담 개최 대반전 결실
- ‘완전한 비핵화’ 북미관계 중재도

- 中 사드 보복·日 위안부 악재 속
- 4강외교 복원·한미동맹 재확인
- 신북방·신남방정책 외교 다변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막중한 시대적 과제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10일이면 1주년이 된다.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인수인계를 받지도 못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조차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정 농단’ 사태 이후 5개월간 이어진 정상외교 공백 속에서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한일위안부 합의 이행에 대한 일본의 압박 등 외교 안보 분야에서 끊임없는 도전을 받았다.

■ 롤러코스터 탄 듯한 한반도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밝은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달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점을 사이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나눈 장면에서 필름을 되감아 보자.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이전 정부의 외교정책 부재 속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미·중·일·러 주변 4강과 동남아시아 등에 특사를 파견하는 것으로 국제외교의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남북관계에서도 압박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북한을 향해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며 북한을 향해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위한 협상, 비핵화 협상 등을 병행하자는 구상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에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했고,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 폭탄을 주고받는 사이 한반도 전쟁위기설까지 나돌았다. 문 대통령이 쾨르버 연설에서 천명한 ‘한반도 운전자론’도 빛을 잃는 듯했다. 문 대통령은 독일 방문 직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며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상황이 급반전된 것은 올해 초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며 남북 대화를 제안하면서다. 그이후 평창올림픽 특사단의 방남,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및 판문점선언 등을 거치면서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도 재조명되고 있다.

다만,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의 입구를 연 문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출구를 찾기까지 미로 같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의 중재 속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의 입장 차이를 줄이는 게 난제로 남은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나 장소 등의 발표가 계속 미뤄진 채 북미가 다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샅바싸움을 벌이는 것도 비핵화 로드맵 전망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 외교 다변화에도 주력한 1년

문 대통령은 4강 외교 복원은 물론이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천명하는 등 외교의 다변화를 추진했다. 지난해 8월에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는 ‘신북방정책’과 ‘9개의 다리’ 전략을 발표,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신남방정책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완성할 기반을 다졌다. 올해 3월에는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를 잇달아 방문하면서 외교의 지평을 확대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