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전혀 진척되지 않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0여 일 후 북측 카운터파트 간 고위급 대화를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북미 간 물밑접촉이 활발한 것으로 관측된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고위급 대화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이에 우리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1일 오전 미국으로 출발했다. 21~23일 워싱턴을 방문하는 이 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회담을 하고 한반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관계자들과도 협의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미국과 북한 사이에 다양한 대화와 접촉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10일 이내 고위급 대화’ 발언과 관련해서는 “여러 소식이 전해지는데, 어떤 게 제일 정확한지 들어봐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관계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 복잡하게 진행되니 잘 들어보고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북미 간 여러 경로를 통한 접촉이 이뤄지는 데 대해 외교가에서는 ‘비건-최선희’ 실무회담 없이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고위급 간 회담을 통해 2차 북미 회담의 사전 의제를 조율하거나, 실무회담의 방향을 이번 고위급회담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카운터파트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이자 사실상 ‘비서실장’ 격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거론된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문 당시 김 위원장과의 단독 면담에도 배석한 김 부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방미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