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靑 ‘로키’ 유지… 상황관리 주력
- 한미 당국, 미사일 판단 안 내려

- NYT “김정은, 하노이 노딜 후
- 선친들의 낡은 각본 부활시켜”
- 장거리 발사 실험 감행 우려도

- 민주 “북미 대화 재개” 강조
- 한국 “대북정책 전환” 요구
- 정부 발사체 재원 수정 논란

북한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에서 쏘아 올린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이지만 한국과 미국은 판단을 유보한 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4일 동해상에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안보리 위반 논란 속 한미 신중 모드

한국은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 역시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있다. 한미가 자칫 강경 대응에 나섰다가 어렵게 마련한 협상 국면에서 북한이 이탈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국방부는 5일 발표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관련 입장’에서 북한이 발사한 기종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를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평가했으나 이 발사체가 미사일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청와대 역시 이날 북한이 전날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로키(low key, 절제된 대응)’를 유지하며 상황 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청와대는 전날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 중단 촉구’ 입장을 발표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청와대의 입장 변화는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미사일인지, 특히 탄도미사일인지를 한미 당국이 결론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입장을 내기보다 분석에 주력하며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번 발사체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이라는 일부 군사 전문가의 분석이 맞을 경우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릴 수 있으므로 정확하게 파악한 뒤 입장을 정리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대미 압박 카드냐 불만 표출이냐

	북한 조선중앙TV가 5일 전날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된 화력타격 훈련 모습을 방영했다.연합뉴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전술유도무기 훈련을 한 목적에 대해 비핵화와 제재 완화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압박으로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이 작성한 낡은 각본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북한의 이번 행위가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협상장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압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봤다. 미국 언론은 북한이 제재 완화 압력을 높이기 위해 추가 단거리 실험 등 도발을 이어가고, 나아가 미국에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시나닷컴(新浪網)은 “북한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고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데 대해 북한이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북미 간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정치권 엇갈린 해석

여야는 정반대의 상황 인식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북미가 하노이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불만이 있지만, 대화의 틀을 허물어뜨리는 것은 절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필요하게 긴장을 높이고 상대를 자극하기보다 북미가 대화를 재개해 평화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의 ‘자발적 무장 해제’가 낳은 결과라며 대북정책의 전환을 요구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부가 첫 발표에서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한 뒤 ‘발사체’로 수정한 데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어린애가 새총을 쏜 것도 아니고, 어떻게 군에서 발사체라는 말을 사용할 수가 있나”며 “정부가 북한의 도발 위협을 축소한 것은 아닌지 철저히 따져볼 필요가 있고, 정치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경 김해정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