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수년 내에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핵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학 연구진이 핵잠수함의 핵심 기술인 초소형 원자로 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황일순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석좌교수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원자력 연구개발사업 중 ‘원자력 융합기술개발’ 과제에 선정됐다고 7일 밝혔다.

총 4년에 걸쳐 추진되는 이 과제에 정부가 최대 30억 원, 울산시가 최대 6억 원을 지원한다. 울산과기원이 과제를 주관하며, 울산대와 경희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원전부품 제조업체인 무진기연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황 교수팀은 앞으로 4년간 극지와 해양·해저를 탐사하는 장비, 바다 위에 떠서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로 등의 개념을 설계한다. 장기적으로는 지금까지 없었던 혁신적인 피동안전성(Passive Safety·원자로에 사고가 생겨도 자연력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과 경제성을 갖는 실용적인 초소형 원자력 발전 동력을 추구한다는 복안이다.

연구진은 국제 규제요건을 충족하는 피동안전성을 토대로 기계와 재료, 열수력 및 안전계통, 핵연료, 핵설계, 방사성폐기물, 핵 안보, 조선해양 등 핵심분야를 융복합해 경제성을 극대화한 초소형 원자로 개념설계를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연구진은 40년 동안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는 방식을 실증 시험으로 입증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경수로는 핵연료 교체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 방대한 비상대피구역 마련, 핵 안보와 핵 비확산 확보, 사용후핵연료 관리 등 안전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한계를 지닌다.

이를 해결하고자 연구진은 전체 수명 동안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는 초소형 고속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그 안전성을 입증하려 한다. 이는 경수로가 지닌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초소형 모듈 원전’(MMR·Micro Modular Reactor) 시대를 여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황 교수는 “미래 원자로는 그동안 제기된 안전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동시에 경제성도 혁신적으로 개선된 형태가 돼야 한다”면서 “초소형 모듈 원자로는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기술을 액체 납 냉각 고속로 기술과 접목하면 40년 동안 핵연료 교체 없이 가동되는 해양·해저 탐사선이나 부유식 발전선용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과제를 수행하면서 국내외 연구진과 산업계가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교류할 기회도 마련해 특허 확보와 기술사업화 등 산학협력을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황 교수팀의 초소형 원자로 개발이 성공하면 이를 잠수함에 탑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를 얼마나 소형화 하느냐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초소형 원자로 제작 기술이 없어 핵 추진 잠수함을 만들 수 없었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450ｔ급 중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사업인 장보고-Ⅲ 배치Ⅱ에 황 교수팀이 개발하게 될 초소형 원자로를 탑재하면 우리도 핵잠수함을, 그것도 순수 국내 기술을 제작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진행 중인 장보고-Ⅲ 배치Ⅰ 사업계획에 따라 지난해 1번 함인 도산 안창호함을 진수했다. 하지만 안창호 함은 디젤을 동력으로 하는 재래식 잠수함이다. 현재 제작 중인 2번 함 역시 디젤함이다. 디젤 잠수함은 잠수함의 장점인 은밀성과 장기 작전수행력, 기동성 등이 핵 추진 잠수함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최근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의 해군력 강화로 우리나라도 비대칭 전력 확보를 위해 기동성이 높고 장기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 교수팀이 초소형 원자로를 개발하면 완성 시기가 장보고-Ⅲ 배치Ⅱ 사업시기(2028년~)와 맞물리기 때문에 우리도 핵잠수함을 개발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