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영 “지도부 각성해야” 비판
- 박재호 신공항 대정부 투쟁 주력
- 김영춘·최인호 등도 ‘각자도생’

부산 울산 경남(PK)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문(문재인과 거리 두기)’ 조짐이 일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국 사태’로 돌아선 부울경 민심이 회복할 가능성이 작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권에서 부울경 민심을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PK 민주당의 탈문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수호’를 주장했던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왔던 민주당 김해영(연제) 최고위원이 탈문 움직임의 선두에 선 모양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당 의원총회에서 ‘샴푸론’을 들고나와 당 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샴푸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쓰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을 알게 된다”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국면을 지나며 당의 가치가 알게 모르게 떨어졌다. 각성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호(남을) 의원이 지지부진한 김해공항 확장안 검증을 놓고 ‘대구·경북(TK) 책임론’을 들고나온 것도 탈문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을 위해서는 김해공항 확장안 확정 당시처럼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영춘(부산진갑) 윤준호(해운대을) 최인호(사하갑) 전재수(북강서갑) 의원의 정국 현안에 관한 목소리도 현저히 약해졌다. 이들은 조 전 장관 사퇴와 부산시당 자체 여론조사 이후 지역 활동에 매진하며 ‘각자도생’에 나선 모습이다.

‘반전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부울경 민주당의 탈문 현상은 더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에도 민주당이 PK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문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한 조사(23일, 501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서 부울경의 공감도는 33.4%에 불과했다. 비공감은 63.6%에 달했다. t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10월 4주 차 조사(21~23일, 1502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PK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0.1%, 한국당 지지율은 42.4%였다.

‘김정은 효과’도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부산시와 정부는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여러 차례 도발했던 만큼, 김 위원장이 참석해도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와 같은 ‘평화 여론’이 확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문 대통령이 PK를 잡기 위한 카드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주말 모친을 문병하기 위해 부산을 찾는 등 공식·비공식적으로 자주 PK를 찾으며 변함 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