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석 “국민·국익 위한 길”
- 상임위원장 표결 당위성 설명
- 민주당 “태업국회 용납 못해”
- 주호영 “일당독재 시작된 날”
- 이종배와 함께 당직 사의 표명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 끝에 더불어민주당이 15일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결행했다. 민주당이 21대 국회를 ‘단독 개원’한 데 이어 상임위원장도 ‘단독 선출’한 것이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독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통합당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심의 등에서 ‘국회 보이콧’을 예고했다. 21대 국회가 개원과 동시에 파행하면서 여야가 극한 대치 상황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여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이낙연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6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건 상정 전 “오늘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상임위부터 구성하게 된 것을 매우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국민과 국익을 위한 길이라면 감당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표결 처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활용한 월권적 행위를 이른 시일 내에 제도적으로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여야는 표결 전 의사진행발언으로 충돌했다. 통합당 주 원내대표가 먼저 나와 “오늘은 역사에 국회가 없어진 날이고 일당 독재가 시작된 날”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민주당 원내대변인인 홍정민 의원은 “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라고 포장하지만 일하지 않는 국회, 태업하는 국회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21대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은 앞서 두 차례 미뤄졌다. 지난 5일 개원한 21대 국회의 원 구성 법정기한은 지난 8일이었다. 그러나 여야가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자 박 의장이 원 구성 데드라인을 연기했다. 이날 오전까지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박 의장의 주재로 막판 담판을 벌였지만 최종 결렬됐다.

‘법사위 사수’ 배수진을 친 통합당은 여론전에 나섰다.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검은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 이들은 ‘야당 입에 재갈 물려 정권 보위 자처하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민주당의 독주에 항의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발언대에 올라 “중요한 상임위가 돌아온다고 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며 “그럴 바에 차라리 국민에 떳떳하게 다수의 횡포로 전 상임위를 갖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낫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초선 의원들도 가세했다. 통합당 초선 의원 10명은 여야 원내대표 회동 중 의장실을 찾아 ‘국회 정상화 촉구 결의문’을 전달했다. 통합당이 정부·여당 견제를 이유로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을 안배받는 것이 곧 국회 정상화라는 얘기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강행 처리하면서 여야는 더욱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통합당이 예고한 대로 추경 심의 등 향후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안 6월 처리가 물 건너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