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사건엔 “경찰 직접조사 어려워
- 피소 유출 확인 땐 책임지겠다
- 인터넷 떠도는 문건 사실 아냐”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예상대로 ‘박원순·오거돈 청문회’였다. 김 후보자는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 “오 전 시장의 기자회견 전까지 몰랐다”고 반박했다. 또 박 전 시장에 대한 성추행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용우 기자

김 후보자는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오 전 시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사실을) 알게 됐고, 총선 전엔 몰랐다”며 “좌고우면 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사건 당시 부산지방경찰청장으로 ‘오거돈 사건’ 수사의 총 책임자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8일 부산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직원을 불러 성추행한 혐의다. 그는 같은 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부산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이에 통합당은 경찰이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미리 인지하고도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늑장 수사’ 의혹 관련 김 후보자는 “피해자 진술이 오래 걸렸다”며 “성추행 사건이 (CCTV 없는) 시장 집무실에서 벌어져 참고인 조사부터 했다”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와 부산시,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변호사를 지냈던 법무법인 부산 등의 공모 의혹에 대해서도 “모든 부분을 수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직접 조사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해 공소권이 없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건 상당히 중요하지만, 피혐의자 또는 피의자가 사망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수사가 거의 불가능하고 법 규정에도 종결 처리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경찰이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면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출 과정에서 경찰의 잘못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고 책임을 지겠다”며 “현재까지 모든 정황을 종합한 결과 경찰에서 피소 사실이 유출된 정황은 없다”고 자신했다. 최근 박 시장에 대한 고소장이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문건에 대해서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알고 있다”며 일축했다.

미래통합당 권영세 의원은 “(여권이 사용하는) ‘피해 호소인’ 표현은 피해가 입증 안 됐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일종의 2차 가해”라며 “두 용어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가 “(2차 가해 여부는) 제가 평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답하자, 권 의원은 “경찰청장이 아무것도 평가 안 하고 중립적으로 있으려면 뭐 하려고 (청문회에) 나왔느냐”고 쏘아붙였다.

반면,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한병도 의원은 경찰이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데 대해 “보고가 안 되는 게 오히려 문제”라며 현행법상 당연한 조치라고 감쌌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