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권 분리(박탈)에 반대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칼을 벼르고 있다.

윤 당선인은 현재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국무위원 8명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나머지 10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도 곧 제출해 5월 10일 새 정부 출범과 함께내각 진용을 갖추길 희망한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청문을 마쳐야 한다. 한 후보자는 이달 26일이 청문 기한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서대문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복지장관 자녀 ‘아빠찬스’ 검증

민주당은 정호영 후보자에 대한 검증에 주력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장을 지낸 정 후보자는 자녀들을 경북대 의과대학에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썼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성주 의원을 포함한 7명은 15일 경북대병원을 찾아 “정 후보자 딸과 아들은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과 병원장으로 재직한 2017학년도와 2018학년도에 편입 전형에 각각 합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두 자녀가 입학 전인 2015∼2016년 경북대병원에서 한 봉사활동 기록이 의대 편입 서류 평가에 반영됐다. 제대로 된 봉사활동이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배현진 윤 당선인 대변인은 정 후보자 논란에 대해 “정 후보자 본인이 매우 떳떳한 입장으로 본인이 소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국회에서 검증의 시간이 이뤄질 때까지 일단은 잘 지켜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검수완박·전셋값 논란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도 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을 천명한 만큼 한 후보자 청문회는 신구 권력이 극명하게 충돌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내세워 검찰 조직을 사유화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보복 수사를 진행하려는 포석을 둔 것으로 의심한다. 한 후보자가 ‘채널A 사건’ 과정에서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라며 아이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점도 여권의 공격 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후보자 재산도 검증 대상이다. 그는 올해 39억37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본인·배우자 명의로 소유한 서울 서초구 삼풍 아파트 전세보증금으로 17억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신고했다. 지난해 12억2000만 원에서 1년 만에 5억3000만원 인상한 셈이다. 2020년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가 추가로 2년의 계약 연장을 요구(계약갱신청구권)할 수 있다. 이때 임대료는 직전 계약액의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다. 한 검사장이 올려 받을 수 있는 전세 보증금이 최대 6100만 원인데 5억 원 넘게 올렸으므로 법 위반 의혹이 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반면 한 후보자 측은 “해당 계약은 임차인의 의사에 따라 새로 계약을 체결하며 시세에 따라 보증금을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기존 임차인이 계약이 끝나자 본인 소유 주택으로 이사하겠다는 뜻을 먼저 밝혀 시세대로 가격을 올려 새 임차인을 구하던 도중 기존 임차인이 다시 마음을 바꿔 내놓은 전셋값대로 계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통해 연장된 계약이 아니므로 임대료 인상 상한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후보자 측은 현재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보증금은 지난해 16억 원에서 올해 5%가량 상승했다. 한 후보자는 “거주 아파트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계약이 갱신된 것이다. 두 거래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당사자간에 다툼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문료·사외이사 보수도 쟁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거액의 고문료를 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총리 재직 시 특허청 해외출원 비용을 3배나 늘렸는데 그 첫 수혜자가 바로 40년 지기였다고 한다”며 “임대와 축재왕에 이어 특혜왕까지 의혹 3관왕에 오른 셈이다. 세간에서 ‘또덕수’라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라고 비꼬았다. 반면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준비단을 통해 “한 후보자는 심사 신청 자체를 알지 못했다”며 “선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기업 사외이사를 지내며 7억 원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이해충돌 가능성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11일 “사외이사를 다 퇴임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등에 따르면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와 이상민 행안부장관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한화진 후보자는 지난달 16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이상민 후보자 역시 2018년 3월 AK홀딩스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한 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초대 내각 후보자 가운데 사외이사 경력을 가진 사람은 최소 5명으로 늘었다.

성 소수자 차별적 주장 논란이 제기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여소야대 국회 의석을 최대한 활용해 청문회에서 존재감을 과시함으로써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세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능력’을 인선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은 새 정부의 첫 내각 구성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맞서며 ‘철통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