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6·1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눌렀다. ‘대장동 저격수’로 불리는 김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지난 3·9대통령선거 경선에서 낙마한 유 전 의원은 정치적인 기로에 서게 됐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권 후보 꺾은 초선의 반란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22일 국회 브리핑에서 김 후보가 경선에서 유 후보를 누르고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20~21일 실시된 경선에서 52.67%(현역 의원 감산점 5% 반영)를 얻어 4선 의원 출신의 유승민 전 의원(44.56%)을 꺾었다.

김 후보는 대장동이 있는 경기 성남 분당갑이 지역구인 초선 의원이다. 윤 당선인 대변인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경선 초반에는 ‘유승민 대 김은혜’ 구도가 대권 후보와 초선의 대결로 비치기도 했으나 결과는 예상 밖으로 나왔다.

김 의원은 앞서 출마 기자회견에서 또 “윤 당선인·오세훈 서울시장과 호흡을 맞춰왔다. 이미 저희는 원팀”이라며 “윤 당선인이 제 출마 결심에 덕담을 해줬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심’(윤석열 당선인의 의중)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의원은 또 영국 보수당 내각을 이끈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유명한 수식어를 빌어 ‘무쇠 같은 의지로 국민만 바라보며 걸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장동 저격수’로 이름을 알린 김 의원은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겨냥해서는 “경기지사 선거는 이재명의 시대를 지속하느냐 극복하느냐를 묻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장동 같은 특혜 개발은 더 이상 없다”며 “경기도시공사가 공급하는 주택뿐만 아니라 LH의 경기도 내 3기 신도시와 20여 개 개발공사가 추진하는 모든 개발사업의 주택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MBC 기자 출신인 김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되면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직 국회의원인 김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되면서 6·1 지방선거 날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질 전망이다.

● 개혁 보수 대권 후보의 추락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험난한 정치 행보가 예상된다. 유 전 의원은 대선 경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고민하다 경기지사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다음 대선에 대해 제가 드릴 말씀이 하나도 없다. 제가 경기지사도 훌륭하게 수행 못 해내면 경기도민이나 국민들께서 평가가 뻔하지 않겠느냐. 4년 동안 경기도의 발전을 위해 진력할 생각”이라고 했었다. 대선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경기지사 출마가 ‘윤심’에 막혀 좌절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경기지사 후보 자리를 놓고 새로운물결 출신 김동연 전 부총리와 안민석·조정식 의원에 염태영 전 수원시장까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두겸 울산시장 예비후보가 17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염포산 터널 무료화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울산에서도 김두겸 ‘파란’

인천시장 경선에서는 유정복 전 시장이 50.32%를 얻어 안상수 전 인천시장(26.99%), 이학재 전 의원(22.68%)을 꺾고 공천을 따냈다. 유 전 시장은 경기 김포 지역구 3선 의원과 인천시장을 지냈다. 이명박정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옛 친박(친박근혜)계’로 꼽힌다. 이번 대선에서는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다. 유 전 시장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박남춘 인천시장과 격돌하게 된다.

경남지사 경선에서는 창원을 지역구로 둔 재선의 박완수 의원이 55.0%(현역 의원 감산점 5% 반영)를 얻어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 의원 출신의 이주영 전 의원(42.11%)을 꺾고 후보로 선출됐다. 현역 국회의원인 박 의원이 경남지사 후보가 되면서 이달 말까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해 6·1 지방선거에서 창원시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울산시장 경선에서는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이 38.06%를 얻어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33.32%)과 초선의 서범수 의원(27.19%·현역 의원 감산점 5% 반영)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에는 단수로 공천을 신청한 송철호 현 시장이 후보로 선출된 상태다.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창원 의창)이 2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광장에서 경남도지사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