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검수완박)을 국민투표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민 여론을 직접 묻는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의미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28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선인 비서실은 ‘검수완박’을 국민투표하는 안을 윤 당선인에게 보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에게 ‘국민에게 직접 물어보자’는 제안을 하겠다는 것이다.

장 비서실장은 “잠정적으로 검토를 계속해야겠지만 6·1지방선거 때 함께 하면 큰 비용을 안 들이고 직접 물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민주당의 횡포에 대해 당연히 현 대통령이 헌법정신 수호를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리라 믿는다”며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민주당과 야합한다면 국민에게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장 비서실장은 국민투표의 위헌성이나 요건·절차 충족 여부에 대해 “요건과 절차를 다 검토할 것”이라면서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들이 수사받지 않아도 되는 특혜를 누려도 되는지 물어본다면 국민들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소집한 뒤 발표한 입장문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처리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의총 추인까지 거쳐 국민께 공개적으로 드린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민주당 편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박 의장은 “의회 지도자들이 국민 앞에서 한 정치적 약속의 무게는 천금 같이 무거워야 한다”며 “지난 22일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공식 합의하고 서명해서 국민 앞에 발표한 검찰개혁 합의안은 ‘국민께 드리는 약속’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며 법안 처리를 저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또 검수완박 법안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한 데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냈다. 국회 법사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위장 탈당해 야당 몫으로 안건조정위 위원으로 왔다”며 “어제 (법사위 안건조정위에서) 심의한 안건은 민 의원이 민주당 의원으로서 발의했던 법안들 2건을 심사하는데, 본인이 또 야당으로 들어온 것으로 안건조정위 취지를 정면 위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된 뒤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신구 권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